[DT현장] 해법은 ‘自强不息’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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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해법은 ‘自强不息’에 있다

이준기 기자   bongchu@
입력 2019-08-18 18:15

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2000년 초반, 취재차 중국 베이징(北京)에 출장을 간 적이 있었다. 당시 중국은 '세계의 공장', '세계 경제의 블랙홀' 등으로 불리며 해외기업과 해외자본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지금 그때 상황을 보면 중국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까지 가세해 한 개의 기업이라도, 한 푼의 달러라도 더 끌어 모으기 위해 '대국(大國)의 자존심'을 버린 시절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때 우스갯 소리로 '자고 일어나면 건물 한 동이 뚝딱 생겨난다'고 비유할 정도로 중국은 해외자본을 바탕으로 거침없이 몸집을 키워가고 있었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연간 10% 이상의 기록적인 경제성장률을 장기간 유지했고 그 사이 중국은 '세계 경제의 골리앗'으로 변모해 갔다.
이런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중국 테크노크라트 산실이자 '중국의 MIT'로 불리는 중국 최고 명문대학 칭화대(淸華大)를 방문했었다. 청나라 강희황제가 머물렀던 '칭화원'부터 칭화대에서 가장 처음으로 지어진 건물인 '칭화학당'까지 둘러보았다. 1000만평(3300만㎡)이 넘는 캠퍼스는 100년이 넘는 역사의 흔적과 함께 미래 경제대국을 향해 질주하는 거친 숨소리로 가득 찼었다.

유독 캠퍼스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칭화대 정문 표석과 캠퍼스 곳곳에 새겨져 있던 '자강불식 후덕재물'(自强不息 厚德載物)이라는 문구였다. 뜻을 풀이해 보면 다음과 같다. '스스로 쉼없이 강하게 만들고, 덕을 쌓아서 만물을 이끌어 나가라'는 의미다. 주역에 나오는 말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개혁개방에 나서면서 유교적 가치에 기반한 실용주의 사상을 얼마나 중요시 했는가를 새삼 깨닫게 됐다.

지금 중국은 과거 싸구려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헌 옷을 집어 던지고, 미국이 견제할 정도의 'G2 강대국'이라는 명품 옷으로 갈아입은 '슈퍼 차이나'로 세계 경제를 호령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과 경제패권을 놓고 맞짱을 뜨고 있다. 이런 중국의 저력을 보면서 우리의 현실을 돌이켜 보자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15일 광복 74주년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은 8.15 경축사를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 국가 모습을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라고 제시했고, 그런 나라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책임있는 경제강국, 교량국가, 평화경제 등 세 가지를 발전전략으로 내놨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될 준비가 돼 있을까. 아쉽게도 지금까지는 아닌 듯 싶다. 우선,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던 자동차, 조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력산업이 성장 한계에 다다랐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경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비상이 걸렸고, 일본의 추가규제 시 디스플레이·자동차 산업 마저 쉽지 않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바로 뒤에서 우리를 바짝 쫓고 있고, 우리보다 앞선 일본은 우리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국제분업 체계를 일방적으로 깨는 치졸한 방법까지 동원하며 우리의 앞길을 막고 있다. 게다가 중국·러시아 군용기의 우리 영공 침해에 이어 북한 미사일 도발까지 한반도 주변국들이 우리를 마구 흔들고 있다. 특히 교량국가와 평화경제에 있어 우리 파트너가 돼 주길 짝사랑하던 북한 마저 우리 정부를 비웃듯 판을 깨려고 한다. 북한은 미사일 연쇄발사에 그치지않고, 보란 듯이 베이징서 군사회담을 열고 군사협력 발전의지를 과시까지 하고 있다.

우리 앞에 놓인 국내 현실 역시 녹록치 않다. 새로운 제품 개발 의지, 도전 의식은 식은 지 오래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혁신 역량은 갈수록 양극화되고 있다. 투자도 부동산과 같은 안정적인 자산에 몰리는 등 보수화되는 추세다. 근 20년 째 우리 산업을 지탱해 온 주력산업 마저 한계성장에 접어들면서 제조업 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인 시대다.

이러한 때야말로 중국 칭화대의 '자강불식 후덕재물'이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우리 각자가 자강불식의 마음자세로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다할 때 우리의 힘이 국가적 역량으로 모아져 비로소 주변 열강이 우리를 마음대로 '흔들 수 없는 나라'가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꺼져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성장엔진을 점화시킬 불쏘시개를 마련해야 할 때다.

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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