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C 변화따라 산업구조 재편
"韓, 日 소재·장비로 성장했듯
10~20년 후 우리가 그 역할"
속도있는 기술 확보 M&A 강조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소재·부품·장비자립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부 새 통상전략 발표
정부가 당장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를 추진하는 게 아니라, 장차 10∼20년 뒤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전화 등 첨단제품 제조 선두국으로 떠오를 중국에 핵심 소재·부품·장비를 공급하는 '산업통상 전략'을 마련하고 있어 주목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년여 전부터 글로벌 가치사슬(GVC:Global Value Chain) 체계 재편에 따라 국내 산업구조를 재구성하는 내용의 전략을 마련 중이다. 이 같은 전략은 최근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한 소재·부품·장비 육성 대책에 반영됐다.
산업부는 19일 전략 마련 일환으로 내부적으로 작성한 '새로운 통상질서와 글로벌산업지도 변화' 보고서(요약본 A4용지 7쪽 분량)에서 최근 GVC 변화에 대한 대응책으로 첨단소재와 장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을 제언했다.
산업부는 보고서에서 "과거 한국의 휴대전화,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가 일본을 제치고 승승장구할 때 수면 아래에서 일본이 소재·장비의 기술력을 무기로 우리나라 전자산업 생태계를 좌지우지했다"면서 "우리의 조립·부품산업이 일본의 소재·장비를 공급받아 성장했듯이 우리도 장차 중국에 대해 일본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래야 앞으로 10∼20년 이상 한국산업의 성장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산업부는 강조했다.
GVC는 기업활동(기획·자재조달·조립생산·마케팅)을 영역별로 나눠 세계에서 가장 적합한 국가에 배치하는 국제 분업구조를 말한다.
산업부는 국제 통상환경이 4차 산업혁명과 맞물린 GVC 체계로 크게 변화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수출에서 차지하는 GVC 생산비중(62.1%)이 세계 4위일 정도로 변화에 노출돼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부는 보고서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정책은 사실상 산업정책으로 제조업 가치사슬을 북미에 묶어두려는 것이며, 중국은 자국에, 일본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 독일은 유럽연합(EU)의 권역별 가치사슬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0년간 GVC 체계가 북미, 중국, 유럽, 아세안의 4개 권역으로 빠르게 재구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중국은 우리나라의 대(對) 중국 주력 수출제품인 철강, 석유화학에서 이미 자급 생산체제를 갖췄다고 평가되며, 이제는 반도체 자급 준비도 착착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그동안 중국에 중간재를 공급하던 한국, 일본, 대만, 중국 간 분업 구조가 깨지면서 무한경쟁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부품 자급률이 높아질 때 한국이 소재와 장비를 일본 대신 공급하는 새로운 GVC를 형성해야 한다고 산업부는 보고서를 통해 강조했다.
산업부는 특히 기술 확보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소재·장비 기업 육성을 위해 속도감 있는 기술 기업 인수합병(M&A)이 적합하다고 추천했다.
산업부는 또 전기자동차, 스마트가전과 같은 새로운 산업은 아직 권역별 가치사슬이 형성돼 있지 않다면서 새롭게 형성되는 GVC를 우리나라가 주도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시대 경쟁의 무기이며, 산업화 시대의 원유와 같은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기획·생산·마케팅과 같은 GVC 활동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김용래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소재 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일본 수출규제 극복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며 "조만간 이같은 내용은 물론 더 큰 틀의 산업통상 전략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룡기자 sr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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