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잇단 정규직 전환에 사원복지 정책 개선까지 …
자회사 설립·용역직원편입 방식
반쪽짜리 정책 무늬만 정규직화
힘 세지는 금융노조 요구 휘둘려
권력화로 경영약화 원인 우려도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방침에 따라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금융 공기업들이 청소용역 직원이나 콜센터 직원들을 잇따라 정규직화하고 있다. 또 힘이 세진 노동조합 눈치도 살필 수 밖에 없어 각종 사원 복지정책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금융공기업의 정규직화가 자회사 설립 및 용역 직원 편입 방식으로 이뤄지면서 반쪽짜리 정규직화에 불과하고, 사원 복지 역시 단기적인 포퓰리즘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갈수록 비대해지고 있는 노조의 권력화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주요 금융공기업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제시하면서, 이에 발맞춘 데 따른 것이다.
캠코는 이날 '노사 및 전문가 협의회'를 열고 콜센터 용역 근로자 139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했다. 이들은 설립되는 자회사에 정규직으로 편입된다. 앞서 캠코는 2017년 금융공기업 최초로 기간제 근로자와 파견근로자 19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작년 12월엔 자회사 캠코시설관리 설립을 통해 시설관리 용역근로자 542명 등 모두 74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금융공기업 중 최대 규모다.
KDB산업은행은 지난 6월 1일 업무를 개시한 자회사 'KDB비즈'를 통해 509명의 비정규직 직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대상은 시설관리 용역근로자와 콜센터 직원 등이다.
IBK기업은행 역시 지난 5월 말 시설관리와 본점 경비 직군 350여명을 자회사 편입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다. 앞서 기업은행은 작년 12월 인력관리 자회사 'IBK 서비스'를 설립했다. 시설관리 인력은 지난달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본점 경비 인력은 용역 계약이 끝나는 내년 1월 초 전환할 예정이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7월22일 설립된 자회사 '수은 플러스'를 통해 오는 10월까지 120명 내외의 비정규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밖에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등도 자회사 편입 방식으로 비정규직 제로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무늬만 정규직화라는 지적도 나온다. 모 회사와 비교할 때 임금수준 등 복리후생 차이가 심하고, 결국 모기업과 용역계약을 맺는 형태이기 때문에 기존 용역업체에 고용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따라 금융노조 힘은 더 세지고 있다. 금융노조는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금융공기업 등 33개 사업자 약 10만명이 가입된 단체다.
일부 금융공기업은 힘이 세진 노조의 요구를 외면하지 못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은 최근 신입직원 채용 시 정보통신기술(ICT) 직무 5% 이상 채용을 의무화해달라는 노조의 요청을 적극 수용했다. 또 6급 직원 대학교 학비를 대상자 선택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받아들였다.
기업은행은 급여이체와 스마트뱅킹 관련 경영평가지표를 내년 경영평가 항목에서 제외하고 올해 하반기 영업 목표치도 50%, 30.5%로 낮추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금융공기업 노사 마찰이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정부가 친노조 성향이라는 점이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 힘이 강해지면 결국 권력화되고, 이는 경영진 힘을 약화하는 원인이 된다"면서 "(노조가 요구하는) 추가 비용이 대다수 국민 세금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성승제기자 ba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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