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올해 초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대기업 10곳 중 8곳이 임금체계를 개편했거나 노사 협의 또는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에서는 대기업들마저 인건비에 부담을 느끼는 만큼 최저임금 산입범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서 매출액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임금체계 현황과 개편 방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정규직 근로자 300인 이상 비금융 기업에 한정했으며 120개사가 응답했다.
조사 결과 응답 업체 가운데 79.2%는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임금체계를 개편'(63.4%)했거나 '개편을 위한 노사 협의 또는 검토'(15.8%)를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시행령이 개정되기 전에 개편한 곳은 전체 응답 기업의 44.2%였고, 시행령이 개정된 후 개편을 완료한 곳은 19.2%였다.
응답 기업 중 최저임금 시행령과 관련이 있다고 답한 97개사는 시행령 개정이 통상임금 확대로 이어져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50.5%)거나 상여금 지급주기 변경 등 임금체계 개편에 노조가 반대한다(18.6%)는 점 등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이번 조사에서 대기업 근로자 중 63.4%는 근속연수에 따라 기본급이 결정되는 호봉급을 받았다. 직무 성격과 난이도에 따른 직무급을 받는 근로자는 18.5%, 근로자의 능력, 숙련 정도 등에 따른 직능급을 받는 근로자는 16.4%로 각각 나타났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고임금인 대기업마저 최저임금 때문에 임금체계를 개편했거나 개편을 검토 중이며, 그 과정에서 절반이 넘는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을 느끼는 실정"이라며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호봉급 위주의 임금체계에서 생산성에 기반한 직무·직능급 위주로 개편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