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망사용료 협상 등 불리해져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22일 페이스북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방통위의 시정명령 등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선고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 측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행위는 이 사건 쟁점조항에서 정한 '이용의 제한'에 해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용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페이스북에 대한 방통위 처분(과징금 부과 및 시정조치 명령)을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6년 말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 망 사용료를 놓고 갈등을 빚다, 그해 12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접속 경로를 임의로 변경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의 이같은 행위가 국내 이용자들에게 불이익을 끼치는 등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했다며 지난해 3월 페이스북에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조치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페이스북이 불복해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국내 통신사들의 망 사용료 협상과 방통위가 마련중인 망 사용료 가이드라인에 타격이 우려된다. 특히 국내 통신사들은 5G 인프라 구축에 각각 수조원대의 투자비를 들이고도 유튜브,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해외 콘텐츠 업체에 망사용료를 제대로 부과하기 힘들어졌다. 국내 인터넷사업자인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망 사용료로 매년 수백억 원을 통신사에 지불하고 있지만, 이들 해외 공룡기업에는 제대로 된 사용료를 부과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페이스북은 정부가 제정작업을 진행 중인 '망이용료 가이드라인'이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망사용료를 둘러싼 갈등을 예고했다.
방통위는 법원의 판결에 즉각 항소하는 한편, 망사용료 가이드라인도 예정대로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제정 일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법원이 페이스북 손을 들어줌에 따라 통신 3사는 향후 글로벌 기업에 망사용료 협상을 제시하기도 힘들어졌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접속 우회에 따른 이용자 피해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논란이 예상된다"면서 "향후 유사한 이용자 피해가 재발할 경우 이를 법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점이 크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페이스북 측은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한국 이용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위수기자 withsu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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