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지소미아에 흔들릴 한미동맹 아니다" 단언
청와대가 22일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를 종료하기로 결정하면서 한일 갈등이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일 간 통상 갈등이 안보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미일 군사동맹 구도에도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지소미아 파기 충격 여파가 큰 이유는 청와대가 지소미아를 연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엇나갔기 때문이다. 최근 기류를 보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도 파기보다는 지소미아를 연장하되 정보공유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온건파들의 목소리가 컸다. 특히 당사자라 할 수 있는 국방부가 지소미아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하는 등 연장 필요성을 거론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소미아의 전략적 가치는 충분하다"고 발언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지소미아 파기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사실 정부 내에서도 7월 말까지는 지소미아를 유지하자는 의견이 다수였다"면서 "과거사 문제가 있다고 해도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기조 아래 안보협력관계를 유지한다는 기조였다"고 했다. 청와대의 검토 방향이 바뀐 것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가 명단) 배제의 영향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일본이 한일관계 신뢰상실과 안보상 문제를 거론하며 우리에게 취한 경제보복 정책은 과거와 역사를 현재 경제문제로 전환했다.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안보 우호협력을 유지하는 화이트리스트에서 설명도 근거도 없이 한국을 제외했다"면서 "정부는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안보 문제로 전이한 상황에서 지소미아 효용성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일본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한국의 노력을 일언지하로 거부했다"면서 "미국의 제안으로 일정 기간 내 추가적 상황 악화 조치를 취하지 않고, 한일 양측이 외교적 합의도출에 노력하자는 방안이 나오기도 했다. 우리는 긍정적으로 생각해 일본 측이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거부했다"고 부연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정치권은 경악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익보다 정권의 이익에 따른 결정"이라며 "한일 경제갈등이 안보갈등으로 이어진 것을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전통적인 한미일 동맹보다 북중러로 편입하겠다는 내심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 "한 축으로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인해 어지러운 정국과 무관하지 않지 않나는 의심도 든다"고 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지소미아 파기로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 우려된다"고 나 원내대표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익과 국민의 의지, 또 안보 환경에 근거해서 내린 결정"이라며 "(정부가) 내릴 수 있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본 언론도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긴급속보 자막을 내보내며 빠르게 반응했다. 일본 언론도 한국의 발표를 기다리며 대기 중이었으나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는지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히 묻어났다. 일본 일부 정치권에서는 한국이 지소미아를 연장할 경우 이를 계기로 유화적인 대화 분위기를 만들자는 계획도 세웠으나 무위로 돌아갔다는 허탈감을 표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동맹에 부정적인 여파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와 관련해 "미국은 우리 정부의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 발표하기 전 미국 측과 소통했고 우리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공유했다"면서 "지소미아 종료와 별개로 북핵 문제를 비롯해 한미 협력동맹 기반을 추호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지소미아 때문에 흔들릴 한미 동맹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청와대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소미아 종료는 외교부나 특별 부처의 입장이 아니라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일본에도 그렇게 설명할 생각"이라고 했다. 강 장관은 한미 동맹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에는 "미국에도 이것은 결국 한일간의 신뢰문제 때문에 촉발된 상황에서 우리가 내린 결정일 뿐이며 한미 동맹과는 관계없다는 점을 부각할 것"이라며 "한미동맹은 끊임 없이 공조를 강화하면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미국 측과 소통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김미경·윤선영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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