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제조업 대출의 3.5배
시중 자금 비생산부문에 쏠림
대기업 투자 심리 줄어들고
중소기업 대출문턱 높아진 탓
"규제 풀어 투자 길 열어줘야"
시중 자금이 생산적인 제조업에 쏠리는 게 아니라 비 생산적인 가계대출에 쏠리고 있다는 의미다. 흔히 산업의 핏줄이라는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 '돈맥경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2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 말과 2018년 말 기준 제조업대출과 가계신용대출 증감률을 분석할 결과, 제조업대출은 11.9% 증가한 반면 동기간 가계신용은 4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신용은 가계부채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금융회사에서 빌린 대출(가계 대출)과 신용카드 사용 금액(판매 신용)을 합친 금액이다.
가계신용을 제외한 산업별대출은 이 기간 동안 27% 증가했다.
실제 가계대출은 경제 성장세보다 더 빠르게 늘고 있다. 이날 한은 발표에 따르면 올 2분기말 가계신용 잔액은 1556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감율은 4.3%다. 이는 지난해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3.0%)과 가계소득 증가율(3.9%)보다 높은 수치다.
이는 소득에 비해 가계부채 증가속도는 여전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 1분기말 기준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잠정)은 3.6%로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8.1%%에 이른다. 소득보다 부채가 얼마나 빨리 늘어냐느냐가 '대출의 질'을 결정한다.
또 금융감독원의 '2019년 7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의 기업대출은 1조5000억원 증가한 853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가폭은 한달 전 2조1000억원보다 소폭 줄었다. 이는 대기업 대출이 1조1000억원 감소하고 중소기업대출 증가폭이 2조6000억원으로 한 달 전 4조3000억원보다 대폭 줄어든 영향이다.
이는 대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중소기업에겐 대출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기업들의 하반기 자금 사정은 상반기와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80.2%)으로 예상한 비중이 가장 높았다"면서 "경제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둔화한 경제상황에 은행권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제조업 중소기업에 대출을 내주지 않은 탓도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은행권 제조업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5조5000억원으로 2.3% 증가했다. 전체 중소기업 대출 증가 폭인 3.8%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조선이나 자동차 업종의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정체 상태다.
한은 관계자는 "경남 금융산업은 제조업 등 실물 경제 발전과 비교하면 성장이 더딘 편"이라고 지적하고 "특히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은 최근 5년간 둔화 추세에 있으며, 이는 제조업 재무건전성 악화에 따라 금융기관이 대출태도를 보수적으로 전환한 것도 한 몫 했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조기업이 투자처를 찾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는 통계"라면서 "국내 경기 악화, 과도한 규제 등 요인으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처럼 제조업 경기가 악화 중임에도 불구하고 산업 정책이 아예 없다는 것이 문제"이라면서 "한국의 미래를 끌고 갈 부분에 대한 투자가 미흡한 상황에서 부동산 등 재테크 쪽으로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은 병든 한국 경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심화영·진현진·주현지기자 dorothy@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