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이용자 차별행위 검증 마쳐
국내 - 해외 CP간 역차별도 지속
방통위, 페이스북에 패소
법원이 페이스북 손을 들어줌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가 난처한 상황이 됐다. 법원의 판결로 페이스북을 비롯한 해외 콘텐츠제공사(CP)의 이용자 보호정책에 공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늦어도 한달안에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진성철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시장조사과 과장은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페이스북의 소송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과 관련해 "(판결에서) 이길 줄 알고 왔다"며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판결문이 1주일 이내에 송달될텐데, 판결문을 본 후 자세한 입장을 밝히겠다"면서 "판결문이 송달된 후 2주 내에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통위 "이용자 차별행위 명확했다…대법원 가겠다"= 방통위가 승소를 확신한 이유는 페이스북의 이용자 차별행위에 대한 검증을 확실히 마쳤다는 판단에서다. 진 과장은 "(페이스북의 임의 접속경로 변경은) 명확하게 이용자 차별행위가 있었고,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많은 민원이 있었다"면서 "기술적인 부분도 우리(방통위)가 많이 검증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지난 2017년 8월부터 통신4사에 대한 망 접속현황, 민원 발생건수, 관련 이메일 분석 뿐 아니라 페이스북 미국 본사와 홍콩 네트워크 담당자에 대한 출석조사, 페이스북 코리아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또한 시정조치에 대한 페이스북 임원의 의견 청취 과정도 거쳤다.
이같은 조사를 통해 방통위는 지난해 3월 페이스북에 과징금 처분을 내리면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대해 KT를 통해 접속하도록 했으나, KT와의 계약기간이 충분히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사업자와의 구체적인 협의나 이용자 고지없이 2016년 12월 SK텔레콤의 접속경로를 홍콩으로 우회하도록 변경했고, 2017년 1~2월에는 LG유플러스의 접속경로를 홍콩·미국 등으로 우회하도록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접속경로 변경으로 페이스북 접속 응답속도가 2.4배에서 최대 4.5배 느려졌다고도 밝혔다.
◇방통위-통신업계 '부글부글'…"제2 페북 나도 처벌 불가?"= 정부와 업계는 이번 판결로, 이와 유사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마땅한 근거가 사라졌다고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판결은 망 이용품질에 대한 책임이 CP사와 통신사의 공동책임이 아니라 한쪽의 책임이라고 본다고 해석할 수 있다"면서 "지금 당장의 문제는 이용자 피해에 대한 법적 공백이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사자인 통신업계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해외 CP가 마음대로 접속 경로를 변경시켜 이용자피해를 발생시켜도 된다는 뜻"이라며 "법적으로 미비한 부분으로, 이용자 보호 차원에서라도 관련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통위 측은 이번 소송이 망 사용료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해외 CP사들이 이용자들의 접속 품질을 볼모로 망이용료 협상에 우위를 점하려 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향후 해외 CP들이 통신사들이 망 이용료 협상과정에서 또 페이스북같이 접속경로를 우회시키더라도 과징금 처분을 내리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은 경우 국내 통신사들이 약자가 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망 사용료 책정을 둘러싸고 국내 CP와 해외 CP간 역차별도 지속될 것이란 지적이다. 현재 네이버, 카카오 등은 국내 통신사에 연간 700억원, 400억원 규모의 망사용료를 부과하고 있는 반면에, 유튜브, 페이스북 등 해외 CP들은 사실상 무임승차 하고 있는 실정이다.
방통위 측은 "글로벌 CP들이 불공정 행위와 이용자 이익 침해 행위에 대해 국내사업자와 동등하게 규제를 집행하는 등 국내외 사업자간 역차별 해소를 위해 노력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위수기자 withsu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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