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전체 시장이 안정되면 당첨되지 않은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라시에서나 볼법한 황당한 발언을 국회 공식석상에서 해 전국민적인 공분을 사고 있다. 상한제가 시행돼 시장이 안정되면 당첨되지 않은 사람들도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통계 데이터를 내놓지 않는 것이 화근이 됐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김 장관은 지난 20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상한제가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단지에도 소급 적용돼 재건축 침해 논란이 일자 "법률적인 유권해석을 통해 부진정 소급에 해당하는 판단을 받았다"고 정면 반박했다. 부진정 소급은 법령 개정전에 시작됐으나 현재도 진행 중인 경우 소급 적용을 허용하는 것이다.
김 장관은 관리처분계획인가받을 당시 분양가는 실제 분양 전까지 여러 번 변경되기 때문에 소급 적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날 이혜훈 예산결산심사소위원장(바른미래당 의원)이 상한제가 집값은 못 잡고 조합원에 부담 폭탄만 안긴다는 지적에 "지금 신규 분양받은 분들의 97% 이상이 무주택자"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일부 언론사들이 국토부에 데이터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또다른 논란을 부추길 수 있다면서 공개를 거부했다. 김 장관이 어떤 통계를 보고 발언한 것인지, 정확한 데이터가 맞는지에 대한 의혹만 키우고 있다.
김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이 '(상한제 시행으로)실수요자에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하자, 시장이 안정될 경우 당첨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밝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날 기사를 접한 한 누리꾼들은 "개인재산권 제한해서 모두에게 나눠준다.이게 헌법에 맞는 거냐", "집한채 가진 서민들 돈도 뺏어서 거지들한테 나눠주자는 양아치 같은 발상"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상한제 관련 논란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번에는 땅값 책정과 관련된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장관은 과거 상한제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고 반드시 주거 안정·집값 안정 '공익'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정책의 명분이 '공익'이라면 공정하게 규제를 적용해야 하지만 김 장관은 서울 집값 과열의 진앙지인 재건축 단지에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기로 했다. 강력한 땅값 규제에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는 반값 이하의 아파트가 양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까지 적용받는 단지들은 사업성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되자 주민들이 사업을 잇따라 중단하고 있다. 반면 일반 택지 매입을 통한 자체사업 등은 땅값 산정시 예외적으로 실매입가격을 인정하기로 했다. 일반적인 토지 거래를 하면서 공시지가로 땅을 사고 파는 경우는 없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업계는 국토부가 상한제 시행 당위성과 관련해 내놓은 통계도 아전인수식으로 왜곡된 점에 비추어봤을 때 논란은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법조계도 일반분양이 임박한 단지에 대한 배려 정책이 없는 데다, 상한제를 강행하면서 정부가 소급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집값 안정이 실현될 지 알 수 없다면서 상한제 위헌 논란은 다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산권 침해 공방은 더 거세지고 있다.
김 장관이 지난 14일부터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 등 분양가 상한제 관련 법률 입법 예고에 들어간 뒤 16일부터 19일까지 국토부 홈페이지에는 370여 건의 분양가상한제 반대 의견이 접수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분양가상한제에 반대하는 청원 동의가 1만건을 훌쩍 넘어섰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국토부가 정확한 통계 수치를 내놓지 않으면서 정책의 당위성만 내세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20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박선호 제1차관 등 간부들과 이야기하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