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29일 운명의 날
대내외 악재 경영환경 시계제로
투자·미래사업 올스톱 가능성도
재계 "삼성 흔들리면 경제 위험"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선고가 오는 29일로 확정되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하고 이 부회장에 대한 재구속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위기경영' 중인 삼성전자의 컨트롤타워가 완전 공백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의 상황은 내·외부에서 '미증유의 위기'라고 꼽을 만큼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있다. 메모리반도체를 비롯해 스마트폰, 가전 등 주요 사업의 시황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 속에서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한국 반도체를 겨냥한 핀셋 수출규제 등 대내외 악재에 경영환경이 시계제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자 계열사 간 조율 역할을 맡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는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로 사실상 활동정지 상황이다. 이에 이 부회장이 직접 '위기경영'을 이끌고 있지만, 이 부회장까지 구속 수감될 경우 삼성의 컨트롤타워는 사실상 없어진다.
22일 한 재계 관계자는 "총체적인 위기에서도 '흔들림 없이 투자하라'고 이 부회장이 경영진에 지시했기 때문에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예정대로 단행할 수 있었다"며 "만약 현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될 경우 삼성의 투자와 미래사업 행보는 완전히 멈춰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흔들리면 결국 최악의 경기 침체 국면에 처한 한국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재계의 우려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충남 아산의 온양사업장과 천안사업장, 9일 평택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해 사장단 회의를 여는 등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직후 곧바로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흔들림 없이 미래 투자를 계속할 것을 당부했다. 지난 20일에는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교육센터를 방문해 미래 인재들을 직접 챙기는 등 약속을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선고 날짜가 확정되면서 이 부회장의 현장경영 행보도 사실상 멈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만약 대법원에서 이 부회장에 불리한 방향으로 파기환송 결정을 하면 사실상의 경영공백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피고인들이 재판에 넘겨진 지 2년을 훌쩍 넘긴 상황에서 이들의 유·무죄와 형량을 두고 내려지는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상고심의 쟁점은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말 3마리를 제공한 행위를 어디까지 뇌물·횡령으로 볼 것이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1심과 2심의 판단는 달랐다. 1심 재판부는 당시 말들의 소유권이 최씨에게 이전됐다고 판단해 말 구입액 34억원이 뇌물액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최씨가 말을 실질적으로 소유한다는 인식은 했지만, 형식적인 소유권은 삼성이 가지고 있다고 봤다. 말 구입액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산정이 불가능한 '말 사용료'가 뇌물액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총 뇌물액은 코어스포츠에 제공한 승마 지원 관련 용역비 36억원만 인정됐다. 횡령액도 1심이 인정한 80억원(동계스포츠영재센터 뇌물액 16억원 포함)에서 36억원으로 줄었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죄 중 법정형이 가장 낮은 혐의가 인정됐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부회장의 2심 판결이 틀렸다고 판단하면 이 부회장의 횡령액은 최소 70억원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렇게 되면 법정형 하한이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나고, 법원이 형 감경을 하지 않는 한 집행유예는 선고될 수 없다. 1심 선고처럼 이 부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