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북한에 대한 환상,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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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칼럼] 북한에 대한 환상, 도대체 왜?

   
입력 2019-08-26 18:13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대한민국은 오랜 기간 공산주의에 대한 이른바 '레드 콤플렉스' 극복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해방 이후 남북한의 분단과 대치, 그리고 6·25 전쟁을 통해 형성된 공산주의에 대한 적대감은 대한민국의 초기 정치상황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었으며, 이후 북풍을 이용한 안보논리가 민주주의 발전을 억압하는 데 이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1980년대 동구권이 변화하여 국교를 수립하고 경제교류가 확대되면서 공산주의에 대한 유연한 태도가 필요해졌다.


민주화 이후의 변화는 괄목할 만하다. 신세대들에게 대부분의 공산국가는 가벼운 마음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곳이 되었고, 이제 공산주의자는 뿔 달린 괴물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이웃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공산주의 및 공산주의자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공산주의자라 하더라도 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공산국가라 하더라도 나라마다 편차가 크다는 점이다. 또한, 공산주의자와 이웃이 되고 공산국가와 경제교류를 한다는 것이 곧 모든 공산주의자는 선량하고, 여차하면 우리도 공산국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는 결코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가 문제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의 경협으로 일본을 넘어서겠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에 미사일 발사로 응수했음에도 8·15 경축사에서 문 대통령이 평화경제를 강조하자 북한은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북한바라기'는 계속되고 있다. 만일 아베 일본 총리가 유사한 발언을 했어도 그랬을까?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대해 유화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은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한 초기 청와대 참모진 구성에서부터 확인되었지만, 문 대통령 자신의 북한에 대한 태도가 결정적으로 변화된 것은 판문점회담 이후가 아닌가 싶다. 그 이전에는 북핵 문제 등에 대해 단호한 발언을 하기도 했지만, 판문점회담 이후에는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일체의 언행을 피했고, 오히려 북한의 대변인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북한과의 교류·협력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북한이 한편으로는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의 파트너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적화통일의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는 불법집단이라는 이중성을 갖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로 인해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과 제4조의 평화통일조항이 각기 의미를 갖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한 면만을 보고 지나치게 경도된 태도를 취할 경우에는 단순히 정책적 오류를 넘어 국가적 불행을 야기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이미 평화경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반복되는 발언은 국민들 사이에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북한을 신뢰할 수 있는지의 문제를 떠나서도 과연 남북경협이 문 대통령이 기대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독일 통일 당시에 막대한 통일비용이 독일인들에게 큰 부담이 되었던 것처럼, 남북한의 경협은-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 외에는-결국 북한에 대한 지원이 될 것이며 그 부담을 우리 국민들이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같은 민족의 고통을 외면하자는 것도, 북한과의 경제협력 및 그로 인한 부담에 반대한다는 것도 아니다. 북한과의 경제협력으로 일본을 넘어서겠다는 주장의 현실성을 따져 보자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일본 경제보복의 핵심은 값싼 노동력 확보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이 가진 첨단기술의 문제인데, 북한과의 경협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며 이를 통해 일본의 경제보복을 어떻게 극복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제 청와대도 북한에 대한 환상을 벗어나야 한다. 북한과의 평화체제도 좋고, 교류협력도 좋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북한의 실체에 대하여,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정확한 현실인식에 기초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만일 이념적 성향으로 인해 현실인식을 왜곡하게 되면 작게는 개인의 불행이 될 것이고, 크게는 나라의 장래가 위태로워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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