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칼럼] 국정지지도? 국민을 바보로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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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칼럼] 국정지지도? 국민을 바보로 아는가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19-08-27 18:18

이규화 논설실장


이규화 논설실장



돼지우리에 먹이를 넣어주면 서로 먼저 먹으려고 우르르 달려든다. 약삭빠른 놈은 동료의 등을 타고 들어 주둥이를 구유에 박고 먹이를 선점해버린다. 가축이니 그럴만하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이 세상엔 '화장실 가서 웃는' 이들이 있다. 제도와 규칙의 허점을 이용해 배를 채우곤 승리감에 도취해 몰래 쾌재를 부르는 부류들이다. 그들의 얼굴엔 위선의 기름이 졸졸 흐른다. 지금 그 샘플이 목도되고 있지 않은가.

국민을 바보로 알지 않고서야 결코 있어서는 안 될 현상들이 문재인 정권 들어 허다하게 일어났지만, 이번 '조국 사태'는 선을 넘었다. 그와 관련해 도저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다. 조국을 법무부장관으로 지명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다. 리얼미터라는 업체가 YTN의 의뢰로 지난 19~23일 전국 성인 251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평가는 46.2%(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0%p)였다. 거의 국민 두 명 중 한 명이 지지한다는 말인데, 일반 국민들이 주변에서 체감하는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와 현격한 차이가 난다.

한겨레신문의 기사 댓글을 보면 "4.6%가 아님?" "리얼미터 ±30%로 본다면 부정평가 70~80%?" "리얼을 어느 국민이 믿나?(중략)" "구라미터? 체감지지율 10% 내외"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고 비판한 글이 대략 80~90%에 달했다. 비판 여론 수치는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 수치와 거의 맞아떨어진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격차가 생기는 건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먼저 여론조사 방법이 국민의 생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조작 가능성이다. 여론 조작은 실정법 위반이므로 조작했다고 보고 싶지는 않다. 문제는 첫 번째 이유 즉 표본추출, 질문문항, 응답률 등 조사와 관련한 절차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과연 실제 그렇게 되고 있는가이다.


여론조사는 표본추출의 공정성은 말할 것도 없고 같은 사안이라도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리얼미터는 지난 21일 실시한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을 재개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라는 전제를 달고 질문을 했다. 다분히 유도성 질문이다. 여론조사 결과는 비공감 59.9%, 공감 33.2%였다. 응답률은 4.2%였다.

2017년 탈원전 정책 찬반여부 조사에서는 국민의 60.5%가 탈원전에 찬성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 때도 질문에 '현 정부는 국민의 안전 등을 고려해 원자력발전소를 더 짓지 않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특정 방향으로 답을 유도했다고 볼 수 있다. 응답률도 매우 저조해 5.1%였다. 리얼미터는 9769명에게 접촉해 최종 501명이 응답을 완료했다고 했다. 탈원전에 호의적인 소수가 여론 향방을 결정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당시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70% 가까이가 탈원전에 반대했다.

리얼미터의 대통령 국정지지도 등 사회 이슈에 대한 여론조사는 외부 의뢰에 의한 경우가 많다. 문 정부 들어 의뢰처는 거의 대부분 YTN, CBS, 오마이뉴스, tbs 등 친여계 업체들이다. 공정성과 객관성이 극히 의심이 되는데도 리얼미터 여론조사가 나오면 수많은 언론들이 퍼 나른다. 왜곡된 여론조사로 국민 여론이 잘못 표현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대 민주정치체제에서 여론은 투표에 버금가는 영향을 미친다. 오도된 여론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면 그 폐해는 누가 감당하는가.

중앙선관위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여론조사 방법에 대한 보다 엄정한 잣대를 세워야 하고 감시감독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돼지우리가 되지 않게 하려면, 화장실 가서 웃는 자들을 없애려면 불의와 불공정을 절대 좌시하지 않는다는 추상(秋霜)의 본을 보여야 한다. 그들에게 국민이 바보가 아님을 알게 해줘야 한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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