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예민한 `교육 공정성` 건드린 조국, 民心이 용납하겠나" [박형준 前국회의원에게 고견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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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예민한 `교육 공정성` 건드린 조국, 民心이 용납하겠나" [박형준 前국회의원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19-08-29 18:19

호의로 논문 제1저자 줬다? 이것은 코미디… 상식적으로 납득 안돼
조 후보자 지명, 문 정부 스스로 '기회의 평등' 기본 원칙 깨버린 일
이 시점 보수역할 아쉬워… 자유·민주·공화가치 실현 위해 힘모아야


박형준 동아대교수·前국회의원

이슬기기자 9904sul@



[]에게 고견을 듣는다 박형준 동아대교수·前국회의원



"조국 후보자의 법무장관 지명은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원칙들을 다 깨버리는 일입니다. (중략) 지소미아까지 파기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 사람들이 나라를 정말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여권에 대한 강력한 견제세력을 만들지 않으면 나라가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빠질 것이라는 공통의 우려가 있는 거에요. 국민들은 보수 야권에 대해 왜 분열돼 싸움만 하느냐 그래요. 하나로 돼서 내년 총선에 임해야 승리 가능성이 있지 않냐는 거죠. 문제는 현실의 정치인들이죠. 그 현실정치인들이 이해관계와 감정의 골 때문에 하나로 못 되는거고요."

보수 대통합의 촉매가 되기 위해 단기 필마로 뛰고 있는 직전 국회사무총장이자, 17대 국회의원, 이명박 대통령 시절 정무수석을 지낸 박형준 동아대 교수를 만났다. 박 교수는 자유민주공화 정치의 복원을 위한 연구활동 모임 '플랫폼 자유와 공화'를 이끌고 있다.

문 정부 아래서 '자유'가 서자 취급 받고 공동체 구성원들의 책임과 협력, 덕성을 중시하는 '공화'가 사라진 상황에서 그의 행보는 어떻게 보면 좀 생뚱맞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점차 눈과 귀를 모으고 힘도 얻어가고 있다. 지난 20일과 27일 그가 주선한 보수대통합 토론회는 모처럼 열기가 넘쳤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박 교수는 "자유와 민주, 공화의 가치를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금 과거 잘잘못을 일단 접고 보수의 빅텐트를 쳐야 한다"며 "지금 보수 진영에서는 두드러진 주자도, 국민을 휘어잡을 정치적 모멘텀도 부족하기 때문에 힘을 합치는 게 최우선"이라고 했다. 그는 싫든 좋든 보수 진영의 가장 큰 숙제인 '탄핵의 평가'는 보수의 목적 달성 이후로 미루자고 했다. 29일 대법원 판결 후 전화통화에서 박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의 법적 책임이 드러난 이상 탄핵이 보수통합의 걸림돌이 돼선 안된다고 했다.

박 교수의 주장은 '보수는 신뢰할 만하고 탐욕을 부리지 않으며 국민의 삶에 더 헌신적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대화하고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해됐다. 대중 선동의 피해자라는 의식에 사로잡혀 있으며 언제까지 둥지에 앉아 한탄만 할 것인가. 인터뷰는 지난 23일 정부가 예상을 뒤엎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을 파기하기로 발표한 다음 날 여의도에서 가졌다. 먼저 지소미아 파기로 인한 한미동맹의 균열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지소미아 파기는 앞으로 일본과 관계에 국한되지 않고 한미 안보협력에 악영향을 미칠 텐데요.

"한미동맹을 크게 훼손하는 일일 뿐 아니라 한일관계도 정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결과를 가져올 겁니다. 국민들의 이익을 위해서, 또 국민들의 생존을 위해서, 한일갈등을 속전속결로 해결해야 하는데, 이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어요. 문제 해결의 두 가지 원칙 국민 이익과 신속한 해결이란 원칙에도 맞지 않는 것이죠. 그리고 더 넓게 보면 지금 세계질서가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신냉전체제로 흘러가고 있고,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부딪치는 결절점에 우리가 있는데, 어느 한 쪽을 선택한다면 지금까지 관계를 강화해온 해양세력 쪽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국가기본전략이거든요. 그것에도 배치되는 결정입니다. 결국 이걸 누가 좋아하겠어요. 북한 김정은 아니겠어요? 그 다음에 중국과 러시아가 미소를 짓고 있겠지요. 그런 결정이 과연 우리 국익에 부합하느냐 하면 저는 전혀 아니라고 봅니다."

-지소미아는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조건부 연장으로 결론 난 걸로 알려졌는데, 전격 파기하기로 발표를 했어요.

"결정 한 시간 전만 하더라도 연장을 하는 것으로 청와대 주변에서는 다 알고 있었다고 그러더라구요. 갑자기 한 시간만에 결정이 뒤바뀐 것을 저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8·15 문 대통령 경축사나 그 뒤에 한국정부가 보였던 흐름들을 보면 비교적 한일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협상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것으로 알았는데요, 지소미아 파기는 일종의 레드라인을 넘은 겁니다."

-파기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가 어려워 조국 사태를 덥기 위한 정략적 결정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래야 될(파기해야 할) 이유가 지금 있느냐 따져보면, 미국 일본과 한판 붙어보겠다 이것 밖에 안 되는데 이게 과연 국익에 부합하느냐, 저는 어제 그 결정을 보면서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됐어요, 이 정부에 대해서. 이 정부의 과연 국가전략이 무엇이고 더 나아가서는 국가가 무엇이냐는 그 본질에 대한 철학적 이해가 과연 그들에게 있느냐는 의문을 갖게 됐습니다. 국가라는 게 결국 국민들이 자신들의 삶의 모든 조건들을 함께 결정하는 최대의 공동체인데, 그 안에서 제일 중요한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들의 생존과 번영, 국민들의 이익 이런 게 최우선의 가치거든요. 그런데 그것을 위정자들이 자신들 이념이나 감정, 나아가 정략적 판단에 의해서 결정한다는 것은 국가의 존재 이유 자체를 망각한 일입니다."

-반일 민족주의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자극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만일 그런 차원에서 결정이 이뤄졌다면 용납할 수가 없는 일이지요. 저는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일어난 상황을 보면 갑자기 결정이 바뀌고 그 이전에 정부가 취했던 스탠스하고도 안 맞고 그러니까 야당의 입장에서는 그런 의심을 할 수가 있죠, 소위 말해서 '이슈가 이슈를 덮는다'는 것처럼. 조국 이슈가 이 정권 운명에 변곡점이 된다고 스스로 판단을 내려 그것을 우순순위에 두는 정략적 판단을 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정말 용납받을 수가 없지요."

-협정에 따라 90일 후 완전 파기가 되는데요, 그 안에 어떤 변화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변수가 있을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문 정권의 생각이라면 외부 큰 변화가 없는 한 우리 쪽에서 바뀔 가능성은 없을 것 같아요. 지소미아는 사실은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매우 유용한 정보를 얻는 장치거든요. 북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궤도 추적을 하는데 지구 곡면 때문에 낙하지점을 포착하는데에 우리보다 일본이 유리할 수 있거든요. 또 일본은 군사정보위성이 여러 대 있잖아요. 그런 정보를 스스로 잘라버린 거거든요. 그래서 북한이 제일 좋아할 거라 보는 겁니다. 안보를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충분치 않기 때문에 그런 도움을 받는 게 더 안보에 필요한 것이라면 그런 선택을 하는 게 맞죠. 이것은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요. 한미관계의 상징성이 큰 협정이거든요. 그것을 깨니까 미국이 웬만해선 실망했다 이러지 않거든요. 그런데 공개적으로 실망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한국정부에 대해서 상당히 실망을 한 거지요."

-그렇다면 한미관계에도 어떤 구체적 변화가 생긴다고 봐야겠군요.

"한미관계에서 미국의 한국에 대한 요구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고 봐요. '당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니까 우리도 강하게 우리 요구하겠다'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고 한미동맹에도 상당히 틈이 생길 소지가 있는 것이지요."

-그런 것까지 감수하면서 지소미아를 파기했고, 만약 조국 카드를 살리기 위해 그랬다는 전제를 깐다면, 과연 '조국'이 그리 대단한 카드입니까.

"저는 정권의 핵심인사들 사이에서는 조국을 다음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냥 장관 후보 한 명으로 검찰과 법무부를 장악하기 위해서 측근 인사를 보낸다는 차원이 아니라 무언가 집권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조국을 설정한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엄청난 민심의 이반에도 불구하고 지키기로 하고 버티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런데 저는 지키기가 좀 어렵다고 봐요. 이 인터뷰 기사가 나갈 때쯤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민심을 이길 수는 없어요. '이번에 힘을 다 써서 밀리면 레임덕이 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큰 추락세로 갈 것이다'라는 인식이 정권 내부인사들 사이에서는 강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게 현명한 판단이 아니에요. 지금 이 상황은 이 정권의 가장 핵심 지지층이랄 수 있는 20, 30, 40대가 뒤집어진 상황이에요"

-그들은 경제활동을 막 시작하고 일가를 이루고 자녀 교육에 열중하는 세대들인데요.



"이 정권이 제일 내세우는 게 공존의 가치입니다. 왜 그걸 내세웠냐면 20대에서 40대까지 가장 원하는 한국사회의 가치가 공존의 가치거든요. 거기에 딱 부합하기 위해 그것을 내세웠거든요. 그런데 그 가치를 정면으로 뒤집는 행위들이 나타났기 때문에 어려운 겁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교육문제라는 것은 가장 예민한 거거든요. 대한민국 70년 동안에 부모들이 다른 건 몰라도 배를 주리면서 자식공부 시켜서 개천에서 용은 아니더라도 이무기는 만들자는 희망을 갖고 교육에 올인을 하는 건데, 거기에서 불공정이 있었다든지 가진 자들의 특권이 작용했다면 도저히 용납될 수가 없는 거지요. 드라마가 있었잖아요. '스카이캐슬'이 인기를 끌었던 게 뭐에요? 강남의 소위 컨설팅 교육을 통해 돈을 갖고 아이들을 스펙 교육시켜서 스카이대학에 입학시키는 행태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작용했기 때문에 드라마 인기가 있었던 거거든요. 똑같은 거지요, 지금."
-그런 부류들을, 지금까지는 사회 통념이 기득권 보수층으로 지목했잖아요

"그래요. 지금까지 보수 기득권층이라고 공격했던 계층에서 나와도 화가 날 텐데, 소위 그들을 앞장서서 공격했고 제도 자체도 불신했던 사람이 그런 행태를 보였다는 데에 더 큰 분노가 일어나는 거지요. 이거는 사실관계를 더 들여다볼 필요도 없어요.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이 공분을 하게 돼 있는 겁니다. 저도 학계에 있어 책임저자, 제1저자도 해봤지만, 제1저자라는 것은 그 논문에 가장 많이 기여한 사람이 되는 겁니다. 이건 학계의 기본적인 불문율입니다. 그걸 준 사람도 자인을 했지만, '호의로 줬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호의에요? 외국에서 이런 상황을 알게 되면 한국의 논문들을 신뢰하겠습니까. 그러니까 이것은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원칙들을 다 깨는 사안들이에요. 그런데 이걸 가지고 지키겠다? 그런 사람이 법무장관이 되겠다? 법무장관이라는 자리가 뭐에요, '미스터 법질서'거든요. 법질서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상식에 기반한 것이고 또 윤리적으로도 가장 문제가 없는 사람이 해야 한다는 겁니다."

-참 생각할수록 이번 법무장관 지명은 아이러니가 된 것 같아요.

"법이라고 하는 것은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정상적인 사람이 잘 살게 하는 것이지 법을 법꾸라지처럼 편법으로 법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법치주의가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청문회 하고 임명하면 넘어갈 거다? 저는 심지어 야당이 그걸 원할지 모른다고 봐요. 피지명자가 다른 보통의 사람이라면 백번 양보해 넘어갈 수 있어요. 그러나 조국이란 인물은 현 정권의 상징적인 인물이고, 또 사안이 임명한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야당은 계속 이슈화할 겁니다. 지금 친여 신문들도 변호하기가 어려워졌어요. 저는 이렇게 봅니다. 과거에 보면, 김태호 총리의 경우 사진 한 장 나왔다고 그렇게 비난이 쏟아졌잖아요. 또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경우는 교회에서 말 한 번 잘못했다고 사퇴했고, 그것도 앞뒤 다 자른 편집한 말 가지고요. 또 안대희 대법관 같은 경우는 퇴임 이후 수임료 많이 받았다고 문제가 됐거든요. 법 위반도 아니고 정서를 건드렸다고 사퇴를 했는데, 그 사안에 비하면 이 사안은 엄청나게 큰 사건이에요. 그런 차원에서 민심이 들끓고 있는데, 계속 간다? 저는 여권의 분열도 일어날 수 있다고 봐요."

-어떤 일이 있어도 조 후보자가 사퇴하지 않는 한 임명을 강행할 거로 보시나요.

"만약 사퇴하지 않으면 강행할 겁니다. 그래서 지지층 결집하는 수단으로 반일(反日) 감정을 이용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러나 상상할 수 없는 거센 저항을 불러올 겁니다."

-교수님은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일을 하고 계신데, PK 민심은 어떤가요? 현 정부의 주 지지층은 전라도와 수도권 좌파성향층, 부산경남 일부인데요.

"PK 민심도 많이 돌아섰어요. TK(대구경북) 하고는 좀 다르지요. PK는 개방적이고 여러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있고, 젊은층과 공단을 중심으로 여론이 형성되기도 해요. 지난 지방선거 때는 완전히 저쪽으로 돌아섰어요. 지금은 중간으로 왔고 또 부분적으로는 오히려 야권 보수 쪽에 유리한 지형이 형성됐다고 봐요. 그러나 그것이 거꾸로 자유한국당에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유한국당이 주로 영남정서에 의존해 그 이야기를 듣고 움직이니까 영남에서는 그럭저럭 총선을 치를 수 있겠지만, 혁신 의지가 약해질 수 있거든요."

-그것이 자유한국당의 딜레마라고 볼 수 있겠네요.

"수도권에서 20대에서 40대까지 지지를 끌어모으지 않으면 자유한국당이든 어떤 보수 진영이든 총선에서 이길 수 없을뿐더러 영남에서조차 이길 수 없을지 몰라요. 수도권과 영남이 연결돼 있어요. 수도권에서 결집이 되면 영남에서는 더 결집이 되고, 그 반대면 영남 민심도 분열될 수 있어요. 공단 밀집지역이나 젊은층 밀집지역은 야당이 어려울 수 있어요."

-교수님 저서 '보수의 재구성'을 보면 국민의 20% 정도는 좌파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했는데, 그 사람들은 중도로도 올 수도 없는 사람들인가요.

"지금 우리나라 정치의식 조사를 보면요, 30%는 진보층이라고 합니다. 현 여권의 고정지지층이죠. 그리고 요즘은 30%에서 좀 줄었는데 25% 정도가 보수의 핵심층이에요. 중간의 40%가 이른바 중도층입니다. 스윙보트층이예요. 역대 선거를 보면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렸어요. 이들이 절반의 선택을 하면 51대 49 결과가 되는 거고, 또 한쪽으로 쏠리면, 2007년 대선처럼 또는 지난 번 문재인 대통령 당선 때처럼 되는 거에요. 전체적으로 한국의 전국적인 선거는 중간의 40%를 놓고 하는 싸움이에요. 양쪽은 고정돼 있어요. 아무리 탄핵으로 보수정당이 어려워도 지방선거에서 30% 정도의 득표를 하잖아요. 그리고 저쪽도 마찬가지고요. 이것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표의 확장성입니다. 확장성은 진보 정당이 더 어려운 게 아니라 보수정당이 더 어려워요."

-진보가 덜 어려운 이유가 그들은 피부에 와 닿는 감정적이고 선전적인 구호를 잘 만들어서 그런가요.

"왜냐하면 지금 진보와 보수가 7:3 비율로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요. 옛날에는 6:4 정도로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보수정당이 이겼어요. 그런데 이번에 조국 사태로 민심이 이반되면 중도층도 생각이 달리 할 수 있지요. 문제는 이쪽이 자신들이 찍을 만한 매력적인 후보가 없다고 하면 그냥 머물러 있거나 제3세력 등 주변세력에 분산되어버려요. 그리니 여권에 유리할 수밖에요. 실정이 많다고 하더라도 실정의 반사이익만으로는 이길 수가 없는 거죠. 야당이 매력 있는 방식으로 중도층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확장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해요.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통합의 문제입니다."

-좀 민감하지만 이른바 '정치적인 올바름'의 한계가 있지 않나요? 한국정치에서 지역적 한계가 뚜렷한데요.

"우리나라 지역주의는 워낙 오래됐어요. 그런데 지난 번에 보수가 괴멸하면서 영남에서는 그것이 일시적으로 깨졌어요. 반면 호남은 더 결집이 됐고요. 그런 지역주의는 하루아침에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지역기반이라는 게 한국에서는 정당의 기본 지지층이에요. 세대도 있지만 지역 기반이 더 중요한 지지기반입니다. 우리나라 투표를 결정하는 요소가 지역 세대 이념인데, 그 가운데 기본 지지층을 형성하는 것은 지역이고 세대와 이념은 결합이 돼 있고요. 젊은 세대는 좀 진보적 경향이 강하고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 성향이 강하잖아요. 그런 것들이 교차하면서 표의 분포를 만들어내는데, 그 분포의 결과가 30%, 30%, 40%로 지금 갈리고 있는 거지요. 지금 바른미래당이나 중간 정당들이 고전하는 이유는 기본지지층이 없어서 그래요. 이게 기본 판돈이 있어야 게임을 해보는데, 판돈 자체가 형성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한국 정치상황에서는 제3세력이 등장하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 제3세력이 성공한 경우가 없진 않은데, 그 대표적인 게 자민련이라든가 민평당지요. 지역 기반을 갖지 않고, 기본 지지층을 갖지 않고 바람만으로 제3세력이 승리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환경이죠. 그게 언제가는 극복이 돼야 하겠지만, 적어도 다음 선거나 그 다음 대선까지는 쉽게 극복이 되지 않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합을 얘기하는 거에요. 그렇지 않고 정말 올바른 생각 갖고 올바른 정치적 비전을 가진 사람들이 올바른 주장을 하고 지지를 받으면 좋은데, 현실 정치환경과 생태계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렵지요."

-진보 보수 극한 대립을 극복한 정치는 언제쯤 가능할까요.

"전혀 불가능하고는 볼 수 없지요. 안철수 현상이라는 게 있었으니까. 우리가 한 번 경험을 했었으니까. 그리고 안철수 현상이 성공했으면 좋은데 실패했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 깃발을 든다고 해서 안철수 현상처럼 불같은 지지가 일어날까? 또 그런 사람이나 세력이 과연 지금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지요. 그래서 있는 사람이라도 제대로 통합하고 혁신을 해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게 제 주장입니다."

-보수 대통합에 불쏘시개라고 할까요 심지라고 할까요, 요즈음 보수 대통합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계신데요.

"지난 20일 보수 대통합 토론회가 있었거든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오셨어요. 보수나 중도보수에 있는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 사람들이 나라를 정말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 걱정이 대단히 많아요. 그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치가 바뀌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야권이 강력한 견제세력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하는 공통의 요구가 있어요. 국민들 얘기 들어보면 '왜 분열돼갖고 싸움만 하느냐, 하나로 돼서 내년 총선에 임해야 승리 가능성이 있지 않냐'는 상식에 기초한 말씀을 하세요. 그 열망을 제대로 받아내기만 하면 가망이 있는데, 문제는 현실의 정치인들이죠. 그 현실정치인들이 이해관계와 감정의 골 때문에 하나로 못 되는거고요, 제 보기에 가치와 정체성의 차이는 크지 않아요."

-자유에 기초한 가치와 노선을 제대로 세우고 실천한다면 보수의 언어가 진보의 언어보다 더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고 하셨는데.

"제가 책을 낸 이유도 우리가 대한민국 주류 세력, 대한민국을 여기까지 이끌어냈던 주류 가치와 이념이 무엇인지 헌법을 중심으로 다시 정립을 하고 싶어서였어요. 저는 그 가치와 이념을 자유공화주의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유주의와 공화주의를 추구하면서 민주주의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인데, 보수와 중도에 있는 사람들이 다 동의할 수 있을 거로 봤어요. 그런 헌법 정신에 기초한 자유공화주의는 보편적 문명의 가치이기도 해요. 그 가치 안에 시장경제, 대의제 민주주의, 국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이념적 지향이 다 있기 때문에 광범위한 가치의 울타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문제는 현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욕심과 탄핵과정에서 빚어진 감정의 골을 메우는 게 더 어렵다는 겁니다."

-욕심과 감정의 골도 결국은 기득권과 결탁돼 나온 게 아니겠습니까. 쉽게 자기 이해관계를 내려놓으려 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저는 한 가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차기 대권을 생각하는 정치인들을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면, 자기 이해관계를 버리고 통합하자는 게 아니라 자기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해 통합하자는 거예요. 제 주장은 누구는 이익이 되고 누구는 손해가 되는 통합을 하라는 것이 아니에요. 황교안 대표든, 유승민 대표든, 안철수 대표든, 원희룡 지사든, 오세훈 시장이든 여러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홍준표 대표도 있고요, 이 사람들이 혼자 뛰어서는 성공할 확률이 낮거든요. 결국은 이 사람들이 한 링에서 서로 경쟁을 해서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그 바탕에서 생산적인 경쟁을 통해 차기 대권을 노려보자는 겁니다. 이건 누구에게다 다 적용이 돼요. 나 중심으로 다른 사람들이 다 내게 와라 하면, 이런 좁쌀 영감같은 자기 이해관계 가지고서는 실패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모두가 루저가 되는 길을 선택할 것이냐 아니면 모두가 위너가 되고 그 안에서 내가 더 위너가 될 수 있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라고 봐요. 이 기로에서 자기 이익을 버리고 통합하라는 게 아니라 자기 이익을 위해서 통합하라는 겁니다. 차려진 밥상도 먹지 못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을 테고 국민들이 그러면 다 버릴 겁니다."

-교수님은 그럼 통합의 연료로만 남습니까.

"제가 무슨 정치적 욕심이 있어서 이러는 게 아니거든요, 제가 정치 안 하겠다는데. 나라를 이렇게 두면 안 되기 때문에 저희 같은 사람들이 주장을 하고 촉구하고 압력을 넣고 그러는 겁니다. 또 당사자들이 자기 머리를 못 깎으니까. 중간에서 촉매제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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