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병일 칼럼] 미래를 준비하라, 이순신과 베조스의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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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병일 칼럼] 미래를 준비하라, 이순신과 베조스의 우주

   
입력 2019-09-01 18:06

예병일 플루토미디어 대표


예병일 플루토미디어 대표
일본과의 갈등 격화 속에 이순신 장군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이순신 장군과 열두 척의 배'를 언급했고, 이달 2일에는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고 말했다. '열두 척 배'는 그 비장함으로 언제 보아도 뭉클하다. 이순신 장군은 1597년 8월경 선조에게 보낸 장계에서 이렇게 말했다."지금 신에게는 전선이 아직도 12척이 있습니다(今臣戰船尙有十二). 죽을 힘으로 막고 싸운다면, 오히려 해낼 수 있습니다."(이하 장계와 난중일기의 출처는 이순신 연구가 박종평 역 '난중일기',글항아리)


하지만 우리가 이순신 장군에게 배워야 하는 것은 '비장함'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준비'다.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발발 두 달 후인 1592년 6월14일 선조에게 당포해전에서 적선 21척을 격파했음을 보고하는 장계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이 일찍이 섬나라 오랑캐에 의한 전란을 걱정해 특별히 거북선을 만들었습니다(臣嘗慮島夷之變 別制龜船)...적선이 비록 수백 척일지라도 돌격해 들어가 포를 쏠 수 있는데..." 이순신 장군은 급변하는 동아시아 국제질서 속에서 일본의 침략을 걱정하고 미래를 위해 미리 거북선을 만들며 준비한 것이다. 지금 세상은 급속히 인공지능(AI)과 로봇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선진국과 선진국 기업들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국가와 기업의 발전 전략을 새로 짜고 가다듬고 있다. 한국에게는 미래를 준비할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
이 글을 쓴 지난 주말 CNN에서 '아마존의 시대'라는 특집 프로그램을 보았다. 한 발 앞서 AI와 로봇 등 신기술을 활용해 세계 유통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는 아마존의 모습을 담았다. 한국은 AI와 로봇이라는 가까운 미래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는데, 아마존의 베조스는 이미 그것을 넘어 '우주 인프라 구축'이라는 더 먼 미래까지 준비하고 있다. 베조스의 우주 분야 회사 블루 오리진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미션을 이렇게 써놓았다. "후손들이 미래를 건설할 수 있도록(our children can build the future) 우주로 나아가는 길을 만드는데 헌신한다." 베조스는 왜 자신의 재산을 우주 인프라 구축에 사용하고 있을까. 그는 2016년 10월 미국의 언론인 찰리 로즈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여든 살이 되어 인생을 돌아볼 때, 다음 세대가 블루 오리진이 구축한 우주 인프라를 활용해 우주에서 거대한 기업가적 발전을 이뤄내는 것을 본다면 행복할 것입니다." 야심차고 아름다운 '미래 준비'다.


다시 이순신 장군. 아산의 현충사와 통영의 한산도, 명량해전의 현장 진도대교 밑 울돌목을 몇 번 가보았다. 이순신 장군은 427년 후의 우리에게 '12척의 배'만으로는, '사즉생((死卽生)의 정신'만으로는 싸우지 말라 말하는 듯했다. 대신, 미래를 준비하라고 이야기하는 듯했다. '난중일기'에는 임진왜란(1592년 4월13일) 발발 이전 거북선에 대한 기록이 모두 네 번 나온다. "이날 거북선의 돛으로 사용할 베 29필을 받았다."(2월8일) "거북선에서 포를 쏘는 것을 시험했다."(3월27일) "이제야 베로 만든 돛이 만들어졌다."(4월11일) "식사를 한 뒤, 배를 탔다. 거북선에서 지자와 현자포를 쏘았다."(4월12일)

묵묵히, 조용히, '미래'를 준비하던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다. 그가 병사들과 함께 거북선에 올라 포를 쏘며 테스트했던 4월12일은 임진왜란 발발 하루 전날이었다. 대한민국은 지금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무엇을 만들고 있는가. 기업은 시대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준비해야 하고, 정부와 정치권도 시대에 맞는 국가의 산업전략과 동맹전략을 수립하고 강화시켜 가야 한다.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보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답은 나와 있다. 이순신 장군의 '상유십이(尙有十二)' 정신은 감동이지만, 2019년을 사는 우리가 진정 배워야할 것은 미래를 준비한 그의 '별제귀선'(別制龜船)이라는 묵묵한 행동이다. 다음 세대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우주 인프라에 투자하는 베조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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