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 칼럼] `퇴행적` 경제 민족주의를 고발한다

메뉴열기 검색열기

[김태기 칼럼] `퇴행적` 경제 민족주의를 고발한다

   
입력 2019-09-02 18:43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나는 고발한다. 프랑스 소설가 에밀 졸라가 독일에게 군사기밀을 넘겼다는 죄를 뒤집어쓴 알프레드 드레퓌스 사건에 분노하고 쓴 글의 제목이다. 이로부터 얼마 있지 않아 제1차 세계대전이 터졌다. 산업혁명 후발주자 독일이 선두주자 영국은 물론 프랑스 등에 도전한 것이다. 상대국을 헐뜯는 가짜 뉴스와 루머의 난무로 이미 전쟁의 조짐을 보였다. 생산력이 급증하면서 자국의 국방력을 과신했고 나라마다 소비시장과 자원 확보를 위해 해외 식민지 쟁탈에 나섰다. 살벌한 경쟁의 이면에는 국가가 전략산업을 육성한다고 경제활동을 관리하고 관세 등으로 수입을 규제하는 경제 민족주의의 광풍이 있었다.


그로부터 100년 지난 지금 지구촌에 경제 민족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급성장한 중국이 미국을 위협하고 흔들린 미국의 중산층은 국익 우선을 요구한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민족주의 충돌은 자유무역질서를 마비시키고 있다. 미국이 주도했던 세계화의 열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역풍이 안보 질서까지 흔든다. 트럼프대통령은 중국의 기술탈취, 환율조작 등을 이유로 무역전쟁을 확대한다. 경제 민족주의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나라는 국운이 기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내부는 물론 유럽과 미국의 국력이 뒤바뀌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 민족주의의 세계사적 흐름은 탈이념·미래형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가 G20국가의 정책을 분석하고 내린 결론이다. 선진국은 이민 규제에, 신흥국가는 특정 산업 보호에 상대적으로 치중한다. 이민은 좌파보다 우파가 엄격하나 산업보호는 좌우이념에 관계없이 강화한다. 경제력이 뒤진 나라는 앞선 나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고 자본과 인재를 유치하려 하지만 앞선 나라는 차단한다. 이러한 충돌은 기존의 동맹관계를 넘어선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정부가 아니라 개별 기업 화웨이를 상대로 안보를 이유로 제재하고 국제비상경제권법 발동까지 거론하는가하면 김정은을 띄우고 끌어당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 평화경제로 일본을 단숨에 따라잡겠다고 한다.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는 일은 고사하고 반일선동으로 일본의 경제보복을 자초했다. 북한이 신무기개발로 위협하고 문 대통령을 조롱해도 눈감고, 중국이 사드보복을 해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북한에 푹 빠져 경제 민족주의의 시대 흐름조차 읽지 못한 것이다. 이러다보니 우리나라만 유독 경제 민족주의가 이념집착·과거형으로 나간다. 이러한 퇴행적 경제 민족주의로는 공세적으로 경제 민족주의를 추구하는 일본, 중국, 러시아의 압박을 이겨내기 어렵다. 우군인 미국까지 척지게 만들어 나라를 더 위태롭게 만든다.
한중일 3국은 거리가 가까워 오가는 사람들이 많지만 상호 이해는 낮다. 경제 민족주의가 첨예하게 충돌하기 쉽다. 이런 마당에 우리나라 집권 세력은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퇴행적 경제 민족주의에 매달린다. 북한비판은 억압하고, 반일감정은 부추기며 이제 반미감정까지 조장할 태세다. 일본이 기술이전을 막는 마당에 자립경제라고 우리 스스로 기술이전을 받지 않겠다는 것은 일본을 돕는 꼴이다. 중국이 우리나라 인재와 기술을 빼가도 모른 체하는 것은 중국을 이롭게 하는 일이다. 경제·안보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지소미아폐기 반대한다고 미군기지 조기반환을 요구하는 일은 중국만 웃게 만드는 일이다.

나는 고발한다. 퇴행적 경제 민족주의에 빠진 우물 안의 개구리 같은 세력이 나라를 망친다고. 친북·반일 세력이 퇴행적 경제 민족주의를 만들었다고. 그러나 이들은 퇴행적 경제 민족주의가 국익이라고 우긴다고. 나는 요구한다. 문 정권은 지금이라도 미래지향적 경제 민족주의로 나가라고. 빈곤 탈출과 고도성장에 성공하게 만든 우리의 경제 민족주의 DNA를 소중히 여기라고. 애국 시민들은 퇴행적 경제 민족주의 NO! 미래지향 경제 민족주의 YES!를 외치라고. 국가의 흥망성쇠는 순간의 선택에 달려있다. 대한민국은 건국 이후 최대의 위기에 서있다. 위기의 주범은 바깥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