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현 칼럼] 부끄럽고 무책임한 내년 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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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칼럼] 부끄럽고 무책임한 내년 예산안

   
입력 2019-09-03 18:14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지난달 29일 정부는 내년 예산액을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 5000억 원으로 확정했다. 올해 예산액이 전년 대비 9.7% 인상되었던 점을 감안해 보면 2년째 9%대 증액된 것으로 경제성장률보다 대략 3.5배 증가한 것으로 판단된다. 당연히 적자 국채 발행 규모도 올해 33조 8000억 원에서 내년 60조2000억 원으로 약 2배 가량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는 국가부채 증가는 불가피하며 아직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당이 기대하는 만큼 예산이 증액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홍 부총리는 예산증액 이유로 경제성장률 제고를 통한 경제선순환 구조확립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증액예산 가운데 반 이상이 복지예산인 점을 감안해 보면 홍 부총리의 재정확대 이유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이번 재정확대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이 상승되지 않는다면 그 다음 대책이 무엇인지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최소한 현 시점에서 홍 부총리가 제시한 가설이 채택될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이 사실이다.

이미 미·중과 한·일 무역 분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내외적으로 경제성장률이 견인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국세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 복지예산증액을 통한 경제성장률 제고라는 홍 부총리의 가설은 사실상 성립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정부의 재정확대는 내년 총선용이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역사적으로 모든 정부는 재정확대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환심을 사고 싶어하는 유혹에 빠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경제성장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증액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 때 예산증가율은 평균 5.9%였으며, 박근혜 정부 때는 4.0%에 불과했다. 즉, 경제성장률과 거의 유사한 수준에서 예산증가가 이뤄졌던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경제성장률은 2% 대 임에도 불구하고 예산증가율은 8% 중반대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에는 예산증가율이 10.6%에 달한 바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헌법 제126조에서 말하는 국민경제상 긴절한 필요가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문 대통령도 지속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지표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현 시점에서 금융위기 때처럼 과도한 재정확대정책을 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이번 예산증액이 의혹대로 총선용이라면 현 정부와 여당은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포퓰리즘정책을 통해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남아메리카 국가들의 모습을 보면 이는 더욱 분명해 진다.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우리 헌법 제58조의 해석상 국회의 의결만 거치면 국가채무가 무한대로 증가해도 합헌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에는 헌법 제115조 제2항에서 국가예산 수립 시 원칙적으로 국가부채 증가가 명목 국내총생산의 0.35 퍼센트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올해나 내년 모두 넉넉잡아도 10조원을 넘는 국채발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올해 33조원, 내년에는 60조원이 넘는 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래세대에게 정말로 부끄럽고 무책임한 예산안인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국회는 사명감을 갖고 미래세대의 짐을 덜어주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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