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칼럼] 빚으로 예산을 짜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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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칼럼] 빚으로 예산을 짜서는 안 된다

   
입력 2019-09-05 18:11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의 2020년도 예산안이 발표됐다. 총지출은 513조5000억원으로 2019년보다 9.3% 증가했다. 이번 예산안은 우리나라의 고령화 상황과 악화한 세계 경제 환경 속에서 경기 부양에는 실패하고 미래의 부담만 늘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경상 경제성장률은 3.8%에 불과한 데 비해 지출증가율이 지나치게 높다. 재정 수입이 늘어서 이렇게 많은 지출을 하는 것이 아니다. 2020년도 국세 수입은 292조원으로 2019년보다 오히려 2조8000억원이 감소하는 상황이다. 늘어난 지출은 빚으로 충당한다.
국가채무 수준은 이미 위험 수준을 넘어 미래의 재정 안정성을 해치는 수준이다. 국가채무는 2020년에 805조5000억원으로 2019년 추경예산안보다 74조원이 증가한다. 2020년 소득세 수입액 88조4000억원에 육박하고, 부가가치세 수입액 68조9000억원보다도 많다. 소득세 수입 전액을 사용해서 국가채무 원금을 모두 갚으려면 9년이 더 걸린다. 2019년 국고채 이자 지급액이 18조2000억원으로 예상되고 2020년 국고채 이자 지급액은 이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세수가 늘지 않아 기존 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이자도 빚을 내서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15~64세 생산연령의 인구 비중이 2019년 72.7%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고령인구 구성비는 2019년 14.9%에서 빠르게 증가한다. 경제활동을 통해 세금 낼 수 있는 사람들의 비중이 줄어들고 의료비 및 복지 수요는 증가한다. 생산연령인구 구성비의 감소는 세수 증가율을 현저하게 떨어뜨리고 의무지출은 증가시킨다. 2020년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세수는 거의 증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노동시장 경직화, 그리고 2017~2019년까지 쏟아부은 일자리 관련 재정지출로 우리나라의 산업별 취업자 구조는 왜곡됐다. 부가가치를 많이 창출하는 일자리는 줄고 저임금 단기 일자리만 늘었다. 부가가치세가 덜 걷히고, 자영업자들이 몰락하니 종합소득세가 덜 걷히고 있다. 기업의 이윤도 줄어 세수를 늘리기 어려워졌다. 향후 세수가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의무지출이 증가하면서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재정 투입의 효과도 문제다. 문정부 집권 이후 총지출 증가율은 2018년 7.1%, 2019년 9.5%로 빠르게 증가하면서도 경제성장률은 계속 낮아졌다. 재정 투입을 통해서 경제를 살린다는 것은 구호에 지나지 않았다. 예비타당성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겠다는 정부가 경제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국민에게서 걷은 돈을 국민이 사용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써야 경제가 성장한다. 부채로 자금을 조달한다고 해도 미래에 세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소비가 늘지 않는다. 세금 걷어 일자리 만든다고 수십조원을 사용해도 좋은 일자리가 늘지 않았다. 효과적인 재정지출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이번 예산안의 문제는 재정지출의 효과와 증가속도만이 아니다. 국가채무가 증가하면 금리가 올라간다. 금리가 올라가면 민간투자에 악영향을 준다. 더 큰 문제는 가계 및 자영업자들의 부채다. 그동안 경기 침체로 자영업자들의 빚은 늘어만 갔다. 2019년 2분기 도소매·숙박·음식점 업종의 대출잔액은 2008년 이후 가장 급격히 늘어나 213조6000억원이다. 가계신용도 2분기 1556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3조7000억원이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상승하면 자영업자들과 가계의 고통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경우 재정지출로 경제를 살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세금을 더 걷으면 민간투자가 줄고 이에 따라 수출역량이 감소하고 일자리가 줄어든다. 금리 상승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이 고평가되면 국민은 이중고를 겪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많은 나라가 재정정책보다는 통화정책을 사용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예산안은 문제가 너무 많다. 재정지출의 타당성을 꼼꼼히 따지지 않는다면, 경제는 침체하고 국민은 도탄에 빠진다. 국회는 역사와 국민 앞에서 부끄럽지 않도록 정부 예산안을 철저하게 심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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