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조국 옹호하는 `인지부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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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조국 옹호하는 `인지부조화`

   
입력 2019-09-08 18:03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1954년 9월 미국 시카고에 살던 평범한 가정주부 매리언 키치는 외계 존재에게서 "12월 21일 밤 자정에 엄청난 대홍수로 지구가 멸망한다. 사난다(Sananda)라는 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은 모두 구원 받을 수 있으리라"라는 메세지를 받는다.


그녀는 이 메시지를 바탕으로 종말론을 숭배하는 종교를 창시한다. 하지만 그해 12월 21일 '종말의 밤'에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예언은 틀렸지만 신도들은 "우리들의 기도로 세상이 구원받았다"고 설파하기 시작했다. 심리학자 페스팅거(Festinger)는 종말교도의 변명에 주목,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과 사실이 다를 때에는 심리적 불편함을 벗어나기 위해서 자신의 믿음에 맞게 해당 사실을 왜곡하는 경향을 설명했다. 바로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이론이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도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조 후보자를 저렇게 옹호하는 것은 어쩌면 인지부조화를 회피하기 위한 전략일지 모른다. 그들에겐 조 후보자와 가족의 과거 행적이 아니라,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과 언론들이 더 큰 문제를 지니고 있다. 이는 그동안 믿어왔던 조국에 대한 이미지가 깨지는 것에 대한 심리적 혼란, 인지부조화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 민심을 부정하는 것으로 보여 애처롭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청문회에서 "(조 후보자에 대한 의혹제기 중) 95%는 허위이고 부당한 공격"이라고 강변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지난달 "심각한 위법 행위나 직접 책임질 도덕적 문제가 있다면 스스로 사퇴할 것이라고 보는데, 지금까지는 그런 것들이 하나도 드러난 게 없다"고 주장했다. 조 후보자에 대한 평소 태도를 애써 지킴으로써 이들은 심리적 안정을 얻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여론과는 격리되는 지름길이다.

조국 후보자에 대한 무비판적 옹호는 진영논리에서 사는 '586' 정치인들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세상을 아군과 적군으로 구분짓고, 아군의 잘못은 모두 감싸준다. 소설가 공지영은 지난달 트위터를 통해 "나는 조국을 지지한다. 적폐 청산 검찰 개혁 절절했고 그걸 하겠다는 문프(문재인 프레지던트)를 지지했으니까"라고 적었다.


문 대통령이 검찰 개혁의 적임자로 지명했으니, 조 후보자의 잘잘못과는 따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1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후보자 개인이 아니라 정치 세력 간 싸움으로 간주하자는 의견이 다수 있었다. 옳고 그름의 판단 없이 야당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조 후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들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내심 총선 공천을 위해 조 후보자를 적극 보호에 나서기도 했다. 독립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도 공천권 앞에서는 힘없는 소시민이다. 공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해찬 당 대표와 청와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특히 지역구 기반이 약한 초선의원과 비례대표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현재의 하향식 공천제도의 개혁이 없이는 양심과 소신에 근거한 목소리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민주당 안에서 조 후보자의 잘못을 지적한 박용진·조응천·금태섭 의원 등의 발언과 용기에 눈길이 간다.

무엇보다 가장 큰 책임은 야당에 있다. 조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보도가 거의 한 달째 이어졌지만, 민주당의 지지율은 제1야당 자유한국당보다 10% 포인트나 더 높다. 실제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9월 첫주 민주당의 지지율은 39.8%인데 반해 자유한국당은 28.5%. 자유한국당은 당내 갈등과 리더십 부재로 반등의 기미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잊을 만하면 지지율을 갉아먹는 돌출 발언과 행동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나경원 원내대표의 "문재인 정권은 광주일고 정권"이라는 지역감정 발언도 그중 하나다.

국민 눈높이에 미달한 장관후보자를 지명한 청와대와 그를 무조건 옹호하는 여당, 그런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는 제1야당, 모두 기대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 국민들은 이제 검찰의 행보를 주목한다. 검찰은 6일 국회 청문회가 끝나자마자, 조 후보자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기소했다. 이는 조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면 안 된다는 분명한 신호를 청와대에 보낸 것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개혁의 1순위로 뽑혔던 검찰이 여론과 조 후보자 가족의 범법증거를 갖고 청와대에 개혁의 메시지를 보내는 아이러니. 청와대와 정치권이 검찰공화국의 재현을 초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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