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철 숭실대 초빙교수·前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포럼] 학을 타고 `揚州刺史` 되겠다고?](http://contents.dt.co.kr/images/201909/2019090902102369660001[1].jpg?var=1212 "[포럼] 학을 타고 `揚州刺史` 되겠다고?")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조국의 공직자로서 자질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행적이 조국 후보자가 과거 10여년간 끈질기게 정의를 부르짖으면서 해온 말과 완전히 정반대임이 드러나서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조 후보자가 반대편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에게는 가혹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럴 듯하게 한 말에 많은 사람들은 조국 후보자를 정의의 화신으로 환호하였고, 신선의 경지로 존경까지 하면서 조 후보자의 성공스토리는 완성됐다.
그런데, 조 후보자가 막상 검증대에 올라 보니 자신이 그토록 비판하던 사람들의 수준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몇 수 높은 위선적인 행적이 나타났다. 조국후보자의 가족이 자녀의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사전에 포석을 깔아 목표를 달성하는 모습에서는 인기 교육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작가도 상상하지 못하는 천민자본주의의 창조력을 보여줬다. 조국과 같은 아버지가 없는 가재와 붕어들은 감히 용이 될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이 세상을 그나마 마음 편하게 행복하게 사는 길임을 가르쳐주었다.
부친의 학교법인 인수 후 학교이전공사 관련 각종 의혹과 그 과정에서 발생한 금융권 채무를 갚으라는 공기업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나 기술보증기금의 태클을 조 후보자는 가볍게 제치는 내공도 보여줬다. 우리나라 축구팬을 우습게 보았던 호날두와 같은 무림의 고수 수준이었음을 모르고 감히 태클을 시도하였던 공기업의 불찰인 것 같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사모펀드 투자다. 공직자 주식백지신탁제도에 따라 조 후보자는 공직인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부임하면서 주식투자 대신 조카가 운영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 사모펀드에 자기의 전 재산보다 많은 금액을 과감하게 약정했다.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공직자가 사실상 없고, 본인의 전공영역이 아닌 분야임에도 자기의 전 재산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약정한 것은 확실히 일반 공직자와는 차원이 다르다. 필살기적 승부근성의 발휘인지, 아니면 미리 구상한 투자를 하려고 했던 것인지 궁금하다.
이 사모펀드는 실제 출자한 사람들이 부인, 자녀, 처남 등이라서 사실상 '가족펀드'인 셈이다. 이 사모펀드가 투자한 회사가 지방자치단체등의 관급공사에 의존하는 업체로 망하기 일보직전이었는데, 인수 후 매출이 70% 이상 급작스럽게 늘었다고 한다. 아무나 갖기 어려운 '보이지 않는 손'이나 '마이더스의 손' 중 어느 쪽이 작용했는지 알기 어렵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주 영업대상임을 볼 때 단순히 기적과 같은 일로 치부하기는 쉽지 않다.
조 후보자의 자녀 교육진로에 탄탄한 포장도로 깔기, 채무의 사실상 면탈, 투자펀드의 대박 가능성 사전 확신 등에 대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상태에서 또 다른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해진다. 조 후보자가 실정법 위반은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나는 바담 풍(風)하지만 너는 바람 풍하라'는 식의 국민정서를 무시하는 오불관언의 모습을 보이자, 가재와 붕어로 폄하된 20대들의 분노가 촉발되면서 촛불투쟁이 시작된 것을 볼 때, 역시 '역사는 돌고 도는 것'임을 느끼게 한다.
끝없는 탐욕으로 돈에 집착하고 자식을 음서로 출세시켜 자기들만의 천국을 만들려는 속내를 숨기고, 겉으로는 신선인 척하면서 국민을 속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중국 고대의 고사성어 '양주학'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유효하다는 사실이 서글프지만, 거짓 신선놀음에 현혹되지 말라고 일깨워주는 만고의 진리임을 후세에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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