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인호 칼럼] 조국 임명, 국민이 개돼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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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호 칼럼] 조국 임명, 국민이 개돼지 됐다

우인호 기자   buchner@
입력 2019-09-09 18:25

우인호 디지털전략부장


우인호 디지털전략부장
이 정도면 개돼지가 될 수밖에 없다. 국민을 업신여기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행동이다. 혹시나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씨를 대한민국 법무부 장관으로 기어코 임명하고야 말았다.


처음 '적폐청산'을 외쳤을 땐, 미심쩍었지만 단어가 주는 시원함을 느끼기도 했다. 정적 제거용인 것 같았지만 그래도 부수적으로 이 사회의 묵고 찌든 때들을 조금이라도 씻어내 주기를 기대했다. 소득주도성장을 얘기했을 땐, 경제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없는 사람 챙겨주고자 하는 마음만은 믿고 싶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표는 정책 목표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숫자마저 뒤틀면서 고집을 부릴 땐 측은함까지 느껴졌다. 절정은 평화경제를 부르짖었을 때다. 누가 믿으려나? 솔직히 놀랐다. 북한과 힘을 합쳐 경제대국을 만들겠다는 허무맹랑한 얘기. 정점은 조국 임명이다. 조국 본인과 관련된 의혹은 하나도 없다고? 국민을 개돼지로 보나?
아예 스스로 개돼지가 되는 게 더 나을 듯하다. 이왕이면 남들이 그렇게 보기 전에 스스로 개돼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존심이 덜 상할 것 같다. 특히 권력이 먼저 우리를 개돼지로 보게 할 순 없다. 그것마저 허락한다면 비참한 마음이 더 비참해진다.

그렇다고 그들이 바라는 그냥 개돼지는 되지 말자. 조금 다른 선택을 하고 싶다. 견유학파(犬儒學派)라고 있다. 헬레니즘 세계를 연 위대한 알렉산더 대왕에게 "햇볕 가리니 좀 비켜달라"고 한 디오게네스가 이 학파의 대표적 인물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간이 부어도 크게 부은 사람이다. 이들은 왜 견유학파라고 불렸을까? '견유'는 말 그대로 개 선비다. 실제로 떠돌이 개 같은 삶을 살았다고도 한다. 선비 유(儒)는 일반적으로 벼슬을 하지 않는 사람을 뜻하니, 말하자면 개 같은 지식인인 셈이다. 이들을 영어론 시닉스(Cynics)라고 부른다. '냉소적인'(Cynical)이란 단어와 맞닿아 있다. 이 두 단어의 어근이 'Cynic'인데 그리스어로 개라고 한다. 그리스의 개는 냉소적인 습성이 있었던가 보다. 개만큼 냉소적으로 권력을 대하면서 바른 얘기를 하는데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에 견유학파였던 것이다.

권력이 하는 말을 무조건 믿고 따르고 권력이 나눠주는 조그마한 빵 조각에 머리를 조아리는 개는 되지 않겠다. 엎어버릴 순 없다 하더라도 그들의 습성을 조롱하고 냉소하는 개처럼 행동을 하겠다는 얘기다. 권력 주변인들이 전화 해서 협박 아닌, 협박 같은 소리를 해대며 청와대 자리를 넌지시 언급할 때 학자적 양심을 얘기한 어느 대학 총장님이 대한민국 판 견유학파의 시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왕 돼지가 되려면 붉은 돼지가 되고 싶다.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붉은 돼지'의 그 돼지가 되고 싶다. 1929년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포르코 로소(PORCO ROSSO, 붉은 돼지)라는 이름의, 돼지 모습을 한 현상금 사냥꾼에 대한 만화 영화의 그 돼지 말이다. 그는 원래 이탈리아 공군 조종사로 멀쩡한 사내였지만 현재는 돼지일 뿐이다. 그가 왜 돼지가 되었는지에 대해선 영화에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그러나 포르코 로소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파시스트보단 돼지가 나아." 그는 파시즘이 덮어버린 조국 이탈리아에 환멸을 느끼고 붉은 돼지로 변했던 게 아닐까?

조국은 청문회에서 사노맹 관련한 질의응답 가운데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는 양립 가능하다는 희한한 말을 했다. 물과 기름을 섞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사회주의는 필연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수밖에 없다, 그게 사회주의니깐. 파시즘으로 대표되는 전체주의 또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측면에서는 사회주의 못지 않다. 이래저래 붉은 돼지가 될 사유는 충분해지고 있다.

심상정 의원이 국민은 자세히 알 것까진 없다고 한 그 선거법 개정안은 곧 통과될 것이고 이미 틀 짜놓은 반일은 잘 먹히고 있고 미국에 대한 '자주적 모습'만 양념으로 섞어준다면 20년 집권설은 그냥 설(說)만은 아니게 될 것이다. 이제 개처럼 그리고 붉은 돼지처럼 이 현실을 냉소하고 싶다.

우인호 디지털전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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