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反日은 反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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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反日은 反美다

   
입력 2019-09-10 18:19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일본은 한국에 어떤 나라인가? 극복의 대상인가 협력의 동반자인가? 다시 도진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으로 한일 간 안보와 경제적 협력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선을 많이 넘어선 느낌이다.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좋지않은 감정은 유별나다. 국가 간 스포츠경기에서도 다른 나라에는 지더라도 일본만은 꼭 이겨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흥분한다. 과거 일본이 35년 동안 한국을 지배한 데 대한 한국인들의 분노와 치욕감이 세월이 흘러도 퇴색하지 않기 때문이리라.그러나 진정한 자존심 회복은 되돌릴 수 없는 과거사에 매달려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치욕을 잊지 않고 마음속 깊이 간직하면서 물질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일본을 압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길은 한국이 그런 과거사를 관통한 이유에 대한 철저한 내부 성찰을 바탕으로 강건한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한국 정부와 이에 동조하는 한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대항적 행위는 사려 깊은 것이 아니다.
한국의 안보 차원에서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근거리 강대국인 일본이 견제의 대상임에는 분명하지만, 지금 북핵과 이를 뒷받침하는 중국의 위협에 대처해야 하는 한국의 입장으로선 한미일 공조는 다른 대안이 없는 외길이다. 그래서 껄끄러운 과거사에 매달려 양국 간 관계를 해치고 나라의 안보를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 과거사는 그동안 양국 간에 합의한 내용에 거슬리지 않게 정리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확보하고 문화 국민으로서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다.



또한 경제 문제는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다. 두 나라가 무역규제를 강화하고 서로를 이른바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은 양국 모두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이다. 한국이 불화수소와 여러가지 소재를 일본에서 수입한다는 것은, 한국 기업이 그것들을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도 수입하는 데 따른 비용이 더 저렴하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한국이 일본에 수출하는 상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렇게 비교우위에 입각하여 서로의 이익을 위해 주고받는 것이 국제무역이며, 이를 통해 교역 당사국은 모두 부강해진다. 그런 과정에서 교역국 간의 관계가 더욱 긴밀해지고, 이해관계가 얽히면 전쟁을 막고 평화가 유지되는 것이다. 즉 자유시장경제가 평화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극일(克日)을 앞세운 일본 상품 불매운동은 어리석은 짓일 뿐만 아니라, 문화 국민으로서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결국 한국과 일본은 안보와 경제에 있어 서로에게 중요한 협력의 동반자이지 적대시할 대상이 아니다.
과거사 문제를 경제 문제로, 경제 문제를 외교안보 문제로 잘못 끌어가면서 한국이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파기한 것도 한국으로서는 어리석은 짓이며 주적(主敵)인 북한만 유리하게 하는 처사다. 지소미아 폐기는 한미일 공조 체제에 심각한 균열을 내는 것이며 미일동맹을 강화시킴으로써 독도 문제를 비롯한 한일 간 문제에서 한국을 더욱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할 것이다. 공조 체제의 균열이 더욱 심각하게 진전되면 결국 한미동맹의 와해를 초래함으로써 한국은 국제 미아(迷兒)의 형국에 처할 수도 있다. 북핵 위협에 직면한 한국으로서는 끔찍한 상황에 갇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감정을 부추기며 한일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것은 현 집권 세력이 반미(反美)의 길을 본격적으로 가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지금 한국을 둘러싼 주요국의 정치 지도자(?)들의 자질에 대해 회의할 수밖에 없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깜냥이 안 되는, 도리어 지도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지도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아주 곤욕스럽게 한다. 그 중에서도 인간 세상의 돌아가는 이치도 잘 모르면서 세상을 바꾸겠다고 설쳐대는 지도자가 우리를 가장 곤욕스럽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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