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이미정 기자]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커지면서 업계의 인력 쟁탈전이 가열되고 있다.
LG화학 등 국내 기업들이 기술적인 면에서 앞서가는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중국, 유럽 등의 배터리 업체들이 국내 기업의 인재들에게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하며 영입에 나서고 있어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헝다신에너지차는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신 에너지차 전 분야에서 8000여명 규모의 글로벌 채용에 나섰다. 이번에 채용한 인력은 중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독일, 스웨덴 등 9개 국가에서 근무하게 된다.
헝다신에너지차는 전기차를 미래 먹거리로 판단한 중국 최고 부호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이 올해 초 설립한 회사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자본을 무기로 한 헝다신에너지차의 처우는 업계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의 후발주자인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Northvolt)는 LG화학과 일본 파나소닉 직원들을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스볼트는 최근 독일 폴크스바겐과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한다고 밝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회사다. 노스볼트는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30여명 이상의 한국인과 일본인 기술자들이 일하고 있음을 명시하며 회사 설립 초기인 2017년 구성한 배터리 연구팀에서 중추적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중국 등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은 국내 업체 연봉의 최소 2배, 최대 4배 이상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몇년 전부터 시작된 고급 인력 유출이 전기차 시장 성장과 맞물려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배터리 업계 1위인 중국 CATL이 지난 7월 헤드헌터를 통해 국내 업체 직원에게 접근해 기존 연봉의 3배 이상을 부르며 이직을 제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 2017년에는 중국 비야디(BYD)가 연봉 외에 성과급, 연말 보너스, 관용차·자동차 구입 보조금, 1인용 숙소 등을 지원한다는 파격적 조건으로 한국 배터리 인력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내기도 했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이 늘어나고 각 회사가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필요한 인력 수요만 수천 명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인재 유출이 기술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17년 59GWh에서 오는 2025년에는 1만GWh로 증가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 배터리 업체들이 인력을 채용할 때 배터리 산업을 먼저 시작해 숙련 인력이 있는 우리나라가 주요 타깃"이라며 "중국 업체의 인력 빼가기가 가장 심하고, 유럽 등 업체들에서도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정기자 lmj0919@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