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인사이트] 브렉시트는 외국인에 기회일까

입력 2019-09-15 18:35

조은애 통신원의 유로 인사이트
며칠 전 도서관에서 가디언지를 읽다가 토막 기사에 눈이 갔다. 오는 2021년부터 영국에서 학사, 석사, 박사 등 대학교 이상 고등교육에 등록한 외국인 학생은 졸업 후 영국 내에서 2년 동안 일을 할 수 있는 워킹 비자가 발급된다는 내용이었다. 의외였다. 필자가 지내는 아일랜드에서는 단기 대학원만 나와도 외국인에게 2년 워크 퍼밋을 주기 때문이다.

사실 영국은 지난 2012년 전까지만 해도 고등교육을 마친 외국인에게 2년 워크 퍼밋을 제공해왔다. 그러다 테레사 메이 당시 내무부 장관이 이를 두고 "지나치게 관대하다"며 현재 적용되는 4개월로 대폭 축소했다. 영국에서 학교에 다니던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외국인 학생은 영국이나 EU 시민과 달리 등록금이 더 비싸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과 EU 학생들의 연간 등록금은 9250파운드(약 1365만원)로 책정돼 있지만, 외국인 학생에게 부과할 수 있는 금액에는 제한이 없다.졸업 후 4개월 안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일을 구했다고 해도 회사에서 비자 지원을 해주지 못하면 비싼 돈 내고 타지에서 공부한 허망함이 컸을 것이다.

법안이 바뀐 이유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영향이 크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했을 때 영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새로운 의회는 브렉시트 이후 이민정책을 숙련된 이민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국인으로부터 버는 수입을 늘리기 위한 일환이기도 하다. 영국은 한 해 교육 수출로 200억파운드(약 29조 5000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EU 시민을 제외하고 영국에서 고등교육을 받는 외국인 학생 수는 46만명이었다. 영국은 10년 안에 이를 연 60만명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영국 내 대학교들은 새로운 법안을 환영하고 나섰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기업혁신기술부 장관도 "과거의 '멍청한 법안'은 수년 전에 바뀌었어야 했다"며 "영국은 높은 기술을 함양한 전 세계 인재를 늘 환영한다"고 말했다.
영국이 한국을 비롯한 7개국을 자동 입국심사 제도 이용 대상에 포함한 것도 브렉시트 이후 대책 중 하나로 읽힌다. 지난 5월부터 만 18세 이상의 한국 국적 전자여권 소지자는 사전 등록 없이도 영국 히스로·개트윅 공항 입국 때 자동 입국심사를 거칠 수 있게 됐다.

브렉시트로 인해 원화 대비 유로화 혹은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외국인 입장에서는 반길 수 있는 점이다. 물론 유럽에서 일하는 한인이나 수출 기업에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좋지 않을 수 있지만, 유로나 파운드를 매입하기에는 좋은 시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등 이슈 때문에 원화 대비 외화 가치가 폭등했다. 유로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달 2~3일 동안 원화 대비 유로화는 전일보다 각각 20.19원, 25.60원 대폭 올랐고 13일에는 최근 1년 최고치인 1372.39원을 기록했다.

당시 더블린 거주 한인들 사이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유로화를 팔겠다는 제의가 가득했다. 개인 간 외화 거래는 불법인데도 말이다. 심지어 어떤 이는 1만 유로를 팔겠다고 내걸었다. 당시 환율로 따졌을 때 1370만원 수준이었다. 각종 이슈가 잠잠해지자 유로화는 다시 하락세로 떨어져 현재 1310원대까지 내려왔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불안 심리로 인해 추가 하락이 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브렉시트 자체는 무역에 있어서 독이 될 수 있는 거대한 이슈다. 뉴스에서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보더나 각종 경제적 우려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이를 멀리서 바라보는 한 개인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브렉시트와도 전혀 무관하지 않은 듯 하다.

더블린(아일랜드)=조은애 통신원 echoscv@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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