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CP 이용제한 무관 판결
방통위 항소 갈등 최고조 달해
구글 등 해외CP 트래픽 60% 차지
국내업체 역차별 문제도 부각
데이터증폭 시대 '무임승차'논란
구글, 페이스북 등 콘텐츠제공사(CP)와 통신사 간 망사용료를 둘러싼 논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페이스북 손을 들어준 법원의 1차 판결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항소하면서, 양 진영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글로벌 CP들이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CP들을 공격하고 있고, 이에 맞서 콘텐츠 제공사들은 "망사용료 부과가 부당하다"며 맞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서울행정법원은 1심에서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우회가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인 '이용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6년 KT의 캐시서버를 통해 접속하도록 했던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이용자들의 접속경로를 홍콩과 미국으로 우회했다. KT가 망사용료를 부과하자 해외 통신망을 통해 우회하도록 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를 이용자 이익저해 행위로 보고 과징금 처분을 내렸고, 페이스북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페이스북과 방통위 간 법정 공방은 표면상으로는 과징금 처분의 정당성을 둘러싼 싸움으로 보이지만, 1차 판결 이후 국내 통신사업자와 CP간 망사용료 대전으로 확산되고 있다.
통신진영은 망사용료 논쟁의 핵심은 해외 CP들의 무임승차에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국내 무선인터넷 트래픽의 40%를 유튜브가 차지하는 것을 비롯해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이 전체 트래픽의 60% 이상을 차지하면서도, 망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망사용료의 기준이 되는 상호접속고시가 상호정산 방식으로 바뀌면서 CP가 부담해야 할 망 사용료가 인상됐다고 맞서고 있다.
망사용료를 둘러싼 역차별 문제도 논란거리다. 네이버가 연간 약 700억 원의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데 반해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CP들은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도 해법 마련에 착수했다. 1심에서 패소한 방통위는 항소심에서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우회가 사용자 '이용 제한'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이끌어내는 데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상호접속고시 개정에 나설 움직임이다. 이에 따라, 통신사와 콘텐츠사업자간 상호접속고시 개정을 둘러싼 장외 경쟁 또한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최근 "상호접속고시를 좀 더 살펴봐야 한다"면서 망사용료 제도개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은지기자 ke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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