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양승함 칼럼] `조국 사태` 檢-靑 충돌 불가피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09/2019091702102269660001[1].jpg?var=0547 "[양승함 칼럼] `조국 사태` 檢-靑 충돌 불가피하다")
부인이 기소돼 제척사유가 분명한데도 법집행의 총수가 된 것은 그 영(令)이 서지 않을 것은 불 보듯 뻔하며 끝까지 조 장관에 대한 지지를 버리지 않은 청와대의 언행에 대해서도 국민은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될 것이다. 조국 장관의 문제는 소위 '촛불혁명'에 의해서 수립된 정부에서 적폐청산을 부르짖는 실세가 실제로는 적폐의 온상이었다는 이중성과 위선에 있다. '주변을 챙기지 못한 불찰'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그 의혹들이 너무 심각하며 이를 비호하는 청와대와 여권은 '개혁'의 오만에 함몰되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조국 사태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정 선진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차원에서 해결돼야 할 사회적 문제다. 얼마 전의 방송 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그대로 빼어 닮은 사태다. 기타 의혹들이 어떻게 판명이 나든 조 장관 가족의 교육 관련 비리야말로 우리사회가 근본적으로 극복해야 할 적폐 중의 하나다. 개혁은 사람과 제도의 두 측면에서 이뤄져야 한다. 수신제가가 되지 않은 사람이 제도를 제대로 개혁할 수 있겠는가.
바야흐로 조국 정국은 청와대, 국회, 검찰 간의 치열한 공방전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여권은 검찰의 전격 수사에 대해 '정치적 행위'라고 비판하며 압박하고 있다. 당시 박상기 전 법무장관은 검찰총장이 '사전 보고'를 하지 않고 압수수색을 벌인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검찰은 '수사에 개입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사실 검찰이 상급기관인 법무부와 청와대를 상대로 노골적인 반기를 드는 사태는 유래가 드물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찰은 '권력의 시녀'라는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공정한 수사' 당부도 있었지만 법 앞에 평등 원칙을 지키려는 검찰총장의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검찰은 법무부 산하 정부기관이고 법무부 장관의 총괄 지휘 감독 하에 있지만 구체적인 수사에 있어서는 정치성을 배제하고 독립성이 강조되는 준사법적 기관이다. 정치개입이냐 법의 정의 구현이냐를 놓고 검찰과 청와대 및 여권과의 충돌은 불가피하게 됐다.
또 하나의 권력충돌은 국회와 검찰과의 관계다. 여권은 검찰이 지난 달 27일 청문회를 앞두고 검찰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하고 6일 청문회 끝 무렵 후보 부인을 기소한 것은 국회의 청문회 기능을 무력화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청문회 기간 중 검찰 수사를 진행한 것은 국회와 대통령의 고유한 결정과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위헌적 요소가 다분히 있다는 것이다. 청문회 개최 여부가 지리멸렬하게 지연되는 가운데 사건이 접수되고 공소시효 만료 때문에 전격 기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검찰은 변명하고 있지만 검찰수사의 정치적 영향은 어쩔 수없이 미칠 수밖에 없다. 인사청문회 후보자의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는 선례를 남기게 되면 사실상 국회 인사청문회의 필요성은 사라지게 된다. 검찰의 청문회 개입과 함께 국회에서의 여야 협치 부재와 졸렬한 청문회 진행은 인사청문회 무용론에 일조를 했다.
조국 사태는 일파만파 후폭풍을 몰고 왔지만 누구도 과거와 같은 검찰정국은 원하지 않는다. 검찰 개혁은 어디까지나 법의 공정한 집행과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아닌 국민적 소망이자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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