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환경 문제 둘러싸고 갑론을박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놓고 한국과 일본 정부가 국제 무대에서 맞붙었다. 양국 대표단은 해양 방류의 위험성과 오염수 처리 문제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피력하며 설전을 벌였다. 우리나라 대표단은 현장 조사와 환경생태계 영향 평가 등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을 통해 원전 오염수 처리 기준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공세를 강화했다.
1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63차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양국 대표단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를 둘러싸고 격돌했다.
이날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는 여전히 해답을 찾지 못하는 상황으로, 전 세계적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문 차관은 "최근 일본 정부의 고위 관료가 원전 오염수 처리방안으로 해양 방류의 불가피성을 언급했고, 만약 해양 방류로 결정되면 전 지구적 해양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국제 이슈가 되기 때문에 IAEA와 회원국의 공동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국제사회에 이 문제를 공론화해 일본의 계획을 무력화시키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매일 150∼170톤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앞서 지난 10일 일본 하라다 요시아키 환경상은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직접 언급해 국제사회에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문 차관은 IAEA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IAEA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처리에 일본과 함께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 온 것처럼 오염수 처리 문제에도 동일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며 "현장조사와 환경생태계에 대한 영향 평가 등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추진하고, 국제사회가 안전하다고 확신할 만한 원전 오염수 처리 기준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욱이 건강과 안전, 환경 보호를 위한 일본 측의 실질적이고 투명한 조치와 행동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우리 정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오염수에 대한 우리 측 우려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문 차관에 앞서 기조연설을 한 일본 다케모토 나오카즈 과학기술상은 "일본의 조처에 대해 과학적으로 증거가 없는 비판들이 있다"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와 후쿠시마산 식품에 대해 과학적으로 증거가 없는 비판을 하고 있고, 이는 후쿠시마 재건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한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우리 측이 국제사회에서 오염수 처리를 공론화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본은 정화된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근거를 제시하는 과정에서 오염수에 방사능물질인 '삼중수소'가 남아 있음을 인정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다케모토 나오카즈 과학기술상은 "정화장치인 알프스에서 처리된 물은 '삼중수소' 이외에 방사능물질은 거의 걸러졌다"고 말해 결과적으로 오염수에 삼중수소가 남아 있음을 인정해 논란을 부추겼다. 원전에서 나오는 고농도 삼중수소는 암이나 기형 등을 유발하는 방사능 물질이다.
한편 우리 정부 대표단은 코넬 페루타 IAEA 사무총장 대행을 만나 오염수 처리에 IAEA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 줄 것으로 지속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다.
이준기기자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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