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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칼럼] 윤석열 칼끝의 최종 종착지는?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19-09-17 18:14

이규화 논설실장


이규화 논설실장
검찰이 해외에 있던 조국 씨의 조카를 귀국시켰다. 검사가 포함된 설득 조를 보내 전격적으로 이뤄진 '작전'이었던 것 같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저쪽의 말맞추기를 차단하려는 '기획귀국'이란 말이 그래서 나온다. 수사에 대한 검찰의 강한 의욕을 읽을 수 있다. '조국 사태' 진실의 실마리는 전적으로 검찰에 달렸고 그 검찰의 지휘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자연스럽게 그에게 국민적 시선이 쏠려있다.


검찰이 조국 후보자 가족과 관련해 수십 곳을 압수수색할 때만 해도 국민은 검찰을 반신반의했다. 면죄부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다. 그 반대편에서는 검찰이 오랜만에 해야 할 일을 한다는 응원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여권은 총리까지 나서서 "검찰이 정치를 하려고 한다"며 검찰을 겁박했다.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닌가 하는 음모론도 제기됐다. 그러나 한편에선 진실을 원하는 국민들의 기대가 커져갔다. 국회청문회 막바지에 공소시효 종료 1시간 여를 남겨 놓고 조국 후보자 부인 정경심 씨를 전격 기소하면서 그 기대는 더욱 단단해졌다. 추석연휴 기간 조범동을 전광석화처럼 귀국시키면서 국민의 신뢰는 희망으로 변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반전이 일어날 수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특히나 검찰의 총수가 윤석열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는 양면성을 지닌 인물이다. 우선 상당히 정치적이고 기회주의적이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은 최순실 특검에서 수사팀장으로 있으면서, 조작 가능성이 매우 높은 태블릿PC에 대해 끝까지 함구하고 진실을 밝히지 않은 데서 보듯 검증되지 않았다. 강요(무죄 확정), 직권남용, 뇌물 등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무리한 법리 적용은 그가 적어도 사람에게 충성하지는 않지만 진영이나 조직에 충성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당시에는 그 대상이 '촛불'이었다. 그뿐이 아니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으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등 전 정부와 전 사법부 사람들을 '적폐'라는 이름으로 잡아넣는데 주구가 됐다. 그 과정에서 몇 사람이 자살하기도 했다.





다른 한 면은 그가 외골수 원칙주의자라는 점이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를 맡으면서 그는 국정원의 댓글 대항을 오로지 정치공학적으로만 봤다. 인터넷 댓글 중에는 국가안보와 관련한 유언비어와 체제비판 내용이 많았다. 북한 공작원들이 쓴 것이 적지 않음은 북이 조직적인 사이버부대와 해킹부대를 운영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는 그 점은 애써 외면하고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돕는 정파적 행위로만 봤다. 이 부분은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현행법을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그럴 수 있다.
이제 윤 총장의 그 둘 중 어떤 면이 드러날 것인가에 조국 사태가 판가름 나게 됐다. 정치가 원칙을 누르면 조국 수사는 서일필로 끝날지 모른다. 조직에 충성하면서 정권과 적당히 타협할 것이다. 반면, 원칙주의자 면모가 그를 지배하면 '조국 의혹'은 파헤쳐질 것이고 조국은 파국을 맞을 것이다. 나아가 문 정권은 회복할 수 없는 도덕적 상처를 입게 되고 문 대통령은 임기 절반을 레임덕으로 보내야 할지 모른다. 물론 외풍이 있을 수 있다. 그를 수사 지휘라인에서 배제하려는 시도가 이미 있었고 엊그제는 조국 법무부와 정권이 놀랍게도 자신들과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검찰의 수사공보준칙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윤 총장이 칼자루를 놓지 않는 한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고려 100년을 휘저었던 무신난의 무인들은 무소불위 칼날을 휘둘렀으나 역성반정은 하지 않았다. 적통의 훼손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 중에서도 경대승은 무리들과 달랐다. 그는 정중부 일파를 제거했지만 폭정의 한계를 알았고 개혁에 힘썼다. 그 반대편에 있는 자가 이의민이다. 그는 온갖 패악질을 저지르면서 폐위된 의종을 살해하는 패륜까지 저질렀다. 정통성(자유민주)을 희롱하는 이단(주사파와 종북좌파)들의 틈바구니에서 윤 총장은 갈림길에 서있다. 경대승이 될 것인가, 아니면 이의민이 될 것인가. 조범동을 기획 귀국시킨 그 상상력과 과단성을 보면 일단 그는 경대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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