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올해 전세계 반도체 업계의 인수합병(M&A) 규모가 4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됐다. 미·중 무역전쟁과 보호무역 등이 변수이긴 하지만 5G와 자율주행용 반도체 등 차세대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M&A는 당분간 치열해 질 전망이다.
19일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까지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성사된 주요 M&A 계약은 약 20건으로, 액수로는 총 280억 달러(약 33조38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M&A 규모(259억 달러)를 이미 넘어선 것이며, 역대 3번째로 많았던 2017년(281억 달러)에 육박한 수치다. 이번 집계는 반도체 기업의 인수뿐만 아니라 일부 사업이나 생산라인 지식재산권(IP), 웨이퍼팹 등의 매입 등도 포함한 것이다.
IC인사이츠는 올들어 M&A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 배경으로 빠른 성장세가 예상되는 네트워킹·무선 부문에서 기업 인수가 잇따랐고, 여기에 일부 대기업들이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인텔이 지난 7월 스마트폰용 모뎀 사업을 약 10억달러에 애플에 매각하기로 한 것과, 이에 앞서 5월 미국 마벨이 무선랜 사업을 네덜란드 NXP반도체에 팔기로 한 것 등을 꼽았다.
IC인사이츠는 "올해 남은 기간에 얼마나 많은 M&A가 추가로 성사될지 짐작하기 어렵지만 2017년 규모는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M&A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2015년으로, 1073억 달러에 달했다. 이듬해에도 1004억 달러를 기록했으나 이 가운데 일부 취소되면서 최종 집계는 598억 달러로 줄었다.
일부에서는 올 상반기의 M&A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2015년에 이은 역대 2번째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 5G 등의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반도체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른바 'M&A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되살아나면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