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L씨(56)는 이미 다른 살인죄로 20년 넘게 부산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19일 부산교도소에 따르면 L씨는 1994년 1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돼 1995년 10월 23일부터 24년째 부산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청주 처제 살인 사건 범인 L씨가 당시 범행에 스타킹이나 양말 등을 이용해 묶는 방식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동일했다. 1심, 2심 재판부는 사형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이 이를 파기 환송해 결국 무기징역 형이 확정됐다.
부산교도소에서는 무기수들이 많아 L씨는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혼거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L씨는 수감생활 중 한 번이라도 규율을 어기거나 문제를 일으킨 적 없는 모범수라고 교도소 측은 전했다.
수용자들은 생활 평가에 따라 1∼4급으로 나뉘는데 L씨는 1급 모범수가 된 상태라고 교도소 관계자는 말했다. 이 관계자는 "1급 모범수인 A 씨가 무기징역이 아닌 일반 수용자였다면 가석방 대상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L씨에게는 면회가 허용된 후 1년에 한두 번 가족과 지인이 면회를 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L씨는 교도관이나 주변 수용자에게 화성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일체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부산교도소 측은 최근에서야 L씨가 화성 연쇄살인 용의자라는 사실을 알고 매우 놀랐다고 밝혔다.
부산교도소 관계자는 "L씨가 화성 연쇄살인범으로 지목됐다는 뉴스를 보고 교도관들은 물론 다른 수용자들도 깜짝 놀랐다"며 "평소 말이 없고 조용한 성격이라 그가 흉악한 범죄 용의자로 지목된 게 더욱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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