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 칼럼] `알라`가 보낸 가미카제 드론](http://contents.dt.co.kr/images/201909/2019092502102269061001[1].jpg?var=3047 "[박영서 칼럼] `알라`가 보낸 가미카제 드론")
다음날 국제유가는 개장과 함께 20% 가량 폭등했다. 하루 상승률로는 1990~1991년 걸프전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드론은 사우디 원유 생산의 중추에 일격을 가함으로써 세계 경제도 '인질'이 될 공격 능력을 보여주었다. 사우디에게 이번 공격은 2001년 9·11 테러 같은 충격일 것이다.
사우디는 수십억 달러를 들여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최신예 방공시스템을 구입해 왔다. 미제 요격미사일 '패트리어트'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번에 치명적 단점이 드러났다. 대당 가격 1만5000달러(약 1800만원) 정도인 '싸구려' 드론이 포대 하나당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에 달하는 패트리어트를 압도해 버린 것이다.
드론은 비행고도가 낮고 천천히 날아오기 때문에 방공레이더에 포착되기 어렵다. 또한 크기도 작고 열원도 없어 감시망을 뚫어버린다. 특히 드론은 민간인이 날린 단순한 것인지, 악의를 가진 무기인지 구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현재까지 효과적인 드론 요격 시스템이 없어 사우디는 매우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다. 사우디가 이란과 싸울 능력이 없다는 게 드러난 셈이다.
이를 보면 지금까지의 상황을 일변시키는 '게임 체인저'가 등장해 전투 상식을 뒤집어 놓았다고 할 수 있다. 중동 분쟁은 이제 차원이 다른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은 듯 하다. 미국,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군사력에 대항하는 '비대칭의 전쟁'이다.
이번 사우디 공격에 사용된 드론은 이란이 개발한 군사용 드론 '아바빌'(Ababil)을 개량한 모델로 추정된다. '아바빌'은 최대 370㎞/h 속도로 700㎞까지 날아갈 수 있다. 예멘 반군 기지에서 사우디 석유시설까지 거리가 1000㎞ 이상이란 점을 보면 항속 거리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바빌'은 이슬람 경전 '쿠란'의 제105장 '코끼리의 장'에 나오는 '새(鳥) 부대'를 말한다. 서기 570년 에티오피아의 총독이자 기독교인인 아브라하가 막강한 코끼리 부대를 이끌고 메카까지 진군했다. 하나님은 메카 사람들을 돕기위해 부리와 양 발에 조약돌을 지닌 새 무리를 보냈다. 새들은 소나기 퍼붓듯이 돌을 투하해 아브라하 군대를 격퇴했다. 메카 사람들은 이 중요한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 그 해를 '코끼리의 해'로 불렀다. 그 해에 매우 특별한 아기가 태어났다. 바로 이슬람의 교조인 예언자 무함마드다.
이란은 이런 유래를 가진 '아바빌'을 중동 각지의 세력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웃나라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조직, 레바논의 시아파 조직 헤즈볼라, 팔레스타인의 이슬람 원리주의 조직 하마스, 그리고 예멘의 후티 반군 등이다. 기술은 확산되어 중동 정세를 보다 복잡하게 만들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가 유효한 방법을 쓸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 중동에서 막이 오른 '드론 전쟁'은 세계 각지의 분쟁지역으로 퍼질 것이다. 생물종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고생대 캄브리아기 때처럼, 다종다양한 군사용 드론이 나타나 새로운 전투 공간을 열어놓을 것 같다. 드론 공격의 극적인 효과가 전 세계에 알려진 만큼, 향후 전 세계에서 테러리즘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우려된다.
알라가 보낸 새 떼들은 21세기에 '가미카제 드론'이 되어 세계를 바꾸려고 한다. '빈자(貧子)의 무기' 드론이 군사적 뿐 아니라 경제적·외교적으로도 세계의 파워 균형을 깨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유엔총회에서 미국과 이란은 치열한 외교전쟁을 벌일 것이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다. 유엔 총회에서 정말 논의해 성과를 내야할 것은 핵 위협과 함께 드론 위협 제거 일지도 모른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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