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결코 가벼이 봐선 안될 `감기`

입력 2019-10-10 18:25

이현석 대한흉부외과학회 상임이사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결코 가벼이 봐선 안될 `감기` — 이현석 대한흉부외과학회 상임이사

호흡은 코를 통하여 들어간 공기가 목을 통과하여 성대 부위를 지나 폐로 들어갔다가 다시 같은 경로를 통해 코로 나오는 과정이며 드물게 코 대신 입을 통하기도 한다. 거울로 목안을 들여다 볼 때 보이는 부분을 인두라고 하고 그 아래 부위를 후두하고 하는데 합쳐서 인후라고 부른다.

우리가 들여 마시는 공기에는 많은 먼지와 세균 그리고 바이러스가 있는데 이들을 상기도(上氣道), 즉 코와 목에서 일차적으로 걸러내고 적절한 습도와 온도를 유지하게 한 다음에 공기가 폐로 들어가게 되어 폐를 보호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균이나 먼지, 특히 요즘 사회적 문제가 되는 초미세 먼지가 폐로 들어가 문제를 일으키지만 만일 상기도의 기능이 없다면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세균과 바이러스가 코와 목, 즉 인후의 점막에 붙어 염증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를 총괄하여 상기도염이라고 하며 흔히 감기라고 하는 질환을 의미한다.
따라서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균들이 감기를 유발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세균 (박테리아) 중에서는 폐렴구균이라고 부르는 균이, 그리고 바이러스 중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감기를 유발하는 세균 중에서는 폐렴구균을 제외한 연쇄상구균과 각종 포도상구균 그리고 헤모필루스균 등의 다양한 균이 있다. 바이러스 역시 리노 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 R-S 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이 감기를 유발하게 된다. 그런데 다행히 가장 흔하게 감기를 유발하는 폐렴구균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예방주사가 개발되어 있다. 다만 예방주사를 맞아도 폐렴구균과 인플루엔자 외의 균에 의해 감기에 걸릴 수는 있으나 가장 비중이 큰 원인 균을 막는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폐렴구균은 다시 수십 가지의 종류(subtype)로 나뉘며 그 중 몇 개의 종류를 막아주는가에 따라 '13가'와 '23가'로 나뉜다. 즉 폐렴구균의 종류 중에서 13가지를 예방하는가 아니면 23가지를 예방하는가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많은 균주를 예방하는 '23가'가 더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 문제를 일으키는 균주는 '13가'에 더 많기 때문에 더 효과적이다. 13가는 1회 접종이 원칙인 반면, 23가는 5년에서 10년 사이에 추가 접종을 해야 된다는 약점이 있다. 가격이 저렴한 장점이 있다. 만일 2가지 모두 접종을 원할 경우에는 반드시 8 주 이상의 간격을 두게 되어있다. 다행히 65세 이상의 고령자에게는 23가를 국가에서 무료 접종하고 있다. 그리고 인플루엔자 예방주사는 매년 가을에 접종하는 독감 예방주사를 의미한다.

감기 증상은 부위에 따라 코의 경우 코가 막히거나, 콧물이 흐르게 되며, 편도선을 포함한 인두부 염증 때는 목이 아프며 고열이 나고 전신의 근육통과 두통 및 오한이 발생하는 반면, 후두부는 주로 기침과 목의 이물감을 호소하게 된다. 따라서 감기란 단일질환이 아니라 코와 목에 생긴 염증을 총괄하여 부르는 말로 원인균과 부위에 따라 증상과 치료가 달라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고름처럼 탁해 보이는 코나 가래가 나오면 세균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 때는 항생제 처방이 필요하다. 우리가 흔히 감기에 항생제가 오남용 되고 있다고 하는 것은 인플루엔자와 같은 바이러스가 원인일 때는 항생제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지만 세균성 감염이거나 혹은 바이러스가 원인이어도 2차적으로 세균에 의한 감염이 생겼을 때는 항생제를 투여하게 된다.

감기는 주로 손을 통해 전파된다. 그 이유는 코를 풀거나, 기침을 할 때 혹은 말을 하게 되면 수 많은 작은 침 방울들이 손과 책상, 책, 볼펜 등의 다양한 물건에 떨어져 오염되었다가 이 물건들을 다른 사람이 만지게 되면서 손에 묻은 균이 손으로 입이나 코를 만질 때 신체로 들어가 감기에 걸리게 된다. 실제로, 조사대상 그룹을 손을 자주 씻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누었을 때, 손을 자주 씻는 그룹의 감기 발생률이 그렇지 않은 그룹의 50% 이하였다는 보고도 있다.

흔히들 감기는 가벼운 질환으로 생각하지만 A형 간염, 결핵이나 폐렴 천식 등의 호흡기 질환, 대상포진, 면역 저하 질환, 뇌수막염 등의 다양한 질환이 초기에는 감기와 거의 같은 증상을 보여 방치되었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감기가 제대로 치료되지 않으면 축농증, 중이염, 폐렴과 같은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에 결코 간단한 질환으로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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