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권 칼럼] `과거집착` 국내發 위기가 오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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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권 칼럼] `과거집착` 국내發 위기가 오고있다

   
입력 2019-10-14 18:37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위기론이 팽배하고 있다. 국내 모 잡지가 행한 설문조사에 응한 경제전문가중 절반이 "내년까지 대형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했다. 원인으로 미중무역전쟁과 경기침체, 그리고 한일경제전쟁을 꼽았다. 이러한 위기론은 전세계적 현상이다. 루비니 미국 뉴욕대교수와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도 글로벌 경제위기를 경고했다. 그래서 그런지 기업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그룹총수들도 요즘 다가올 위기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극복방안 촉구에 나섰다.

그렇다면 위기의 근원은 무엇일까. 장단기 금리차이가 역전되어서? 경기하강이 지속되고 있어서? 소득주도성장에 의한 인건비 상승 때문에?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어서? 정치적 갈등과 노사대립 때문에? 위험수위를 넘은 가계부채 때문에? 저출산 고령화로 구매력이 저하되고 있어서? 아니다. 이들은 대형 위기를 향해 누적되고 있는 위기의 조각들일 뿐, 진짜 원인은 따로 있다. 위기는 현상으로부터 오는 게 아니라 우리의 잘못된 사고와 행동에서 온다.

요즘 국내외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경영학 위기론을 예로 들어 보자. 위기의 징표로 현장이 외면하는 경영학 이론, 현장이 요구하는 인력을 못 길러내는 경영교육, 기업경영과 경제발전에의 기여보다는 논문생산만 재촉하는 연구 환경, 현실과 괴리된 경영학자의 사회참여 의욕저하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증상과 징후가 진정 경영학 위기의 실체인가.

경영학자 스티브 데닝(Steve Denning)은 그 원인을 '과거에의 고착'에서 찾았다. 자신의 성장을 지배했던 사고와 이념만을 진리로 생각하기에 그것이 바뀔 때 생길 정체성 위기를 못 견뎌하는 현상을 지적한 것이다. 지난 8월말 미국의 대기업 CEO 모임은 경영학의 금과옥조였던 '주주 최우선' 원칙을 폐기하고 새로운 기업목표로 노동자, 공동체, 국가 등을 아우르는 사회적 책임을 내세웠다. 경영학에도 바야흐로 패러다임 대전환이 시작되고 있는데, 경영학계는 아직 이를 큰 변화의 서막으로 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를 거부하거나 외면하려는 태도가 더 많아 보인다.


지금 우리는 그동안 궁극적 선이라고 생각해 왔던 가치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뀌는 대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 지난 40여 년간 세계성장을 이끌어왔던 글로벌라이제이션, 일명 지구촌 단일경제와 자유무역시대가 저물고, 개별국가가 자신만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각자도생의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러한 패러다임 전환이 원리상으로는 세계경제성장에 좋을 리 없다. 비교우위론에 근거한 국제 분업은 여전히 이론적으로나 현상적으로 이롭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행위나 국가집합으로서 세계 정치경제의 흐름이 탈글로벌화, 국가주의, 그리고 기업경영의 사회적·도의적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바로 가치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고 서로 상치되는 가치간에 무게중심이 실질적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이익만으로 보면 비교우위론과 자유교역이 옳다. 그러나 그것이 국제무역과 국가간 자본이동상 심각한 불평등 내지 불공정성을 유발하면서 국가 안보까지 해친다면, 국제교역에 있어서 경제적 가치는 훼손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세상은 변한다. 변화는 오랜 기간 지속되어온 균형상태가 깨지면서 혁명적으로 다가 온다. 괜찮을 거라고, 나의 인식과 이해가 옳다고, 그래서 별 문제가 없으리라는 안일한 자세가 강하면 강할수록 혁명적 변화는 걷잡을 수 없는 큰 위기로 다가온다. 프로그래밍 언어 COBOL이 대세이던 시절에 가장 힘센 사람은 COBOL 전문가였다. 그러나 시대가 FORTRAN, C, Java, Python 시대로 바뀌자 COBOL 전문가는 하루 만에 자신의 경쟁력 기반을 송두리째 잃었다.

생각이든, 행동이든 과거를 붙들고 있는 사람에게 위기는 필연이다. 위기의 근원은 현상과 징후의 복잡성에 있지 않다. 패러다임과 대세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과거의 논리와 사상, 현재의 기득권에 집착하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서 온다. 기업경영이든 경제든, 더 나아가 정치에 있어서도 위기가 작동하는 방식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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