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의 보수통합 시동을 켠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비당권파인 이준석 최고위원 중징계라는 반격 카드를 날렸다. '탈당' 가능성을 내비치는 비당권파에 아예 '나가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는 지난 18일 이 최고위원에게 안철수 전 대표를 비하했다는 이유로 당직 직위 해제라는 중징계를 결정했다. 앞서 윤리위는 비당권파 일원인 하태경 의원에게도 손 대표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했고, 손 대표는 지난 16일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상욱 의원을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손 대표 측의 공격이 계속되자 비당권파들이 반발이 커지고 있다. 비당권파들의 모임인 변화와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의 분열과 반목을 조장하는 의도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징계를 받게 된 이 최고위원은 20일 자신의 SNS에 "사당화의 도구로 윤리위가 사용되는 것을 개탄한다"고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징계의 부당성도 주장했다. 윤리위는 이 최고위원이 지난 3월 25일 청년정치학교 입학식 이후 뒷풀이 과정에서 안 전 대표를 비하했다고 판단해 중징계를 했다. 그러나 이 최고위원은 "윤리위는 지난 5월 31일 이 사안을 심사 후 징계절차 불개시를 통보했다"며 "손 대표가 안병원 윤리위원장을 새로 임명한 뒤 윤리위가 동일 사안에 대해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깨고 재심사를 하겠다고 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도 이날 자신의 SNS에 "손 대표 마음대로 폭정을 휘두르고 있다"며 "여도 야도 아닌 기회주의 정당을 만든 손 대표가 선명야당을 포기하고, 문재인 정부 눈치정당을 만든 게 바미당 사태의 본질"이라고 규정했다. 하 의원은 또 "손 대표의 연이은 징계와 폭정으로 바른미래당의 '바른'도 '미래'도 모두 날아가 버렸다"며 "폭정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맞설만한 가치도 없어 이제는 힘들어도 새로운 길을 개척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유승민 의원을 주축으로 하는 변혁은 최근 한국당과의 접촉 가능성을 알리며 보수통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손 대표가 끝까지 퇴진을 거부할 경우 비당권파의 무더기 탈당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연이은 징계와 고소 등은 손 대표가 비당권파에 보내는 경고이자 압박용 카드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손 대표는 하 의원과 이 최고위원의 중징계로 최고위원회의를 당권파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바른미래당 최고위는 당권파 4인과 비당권파 4인으로 팽팽히 맞서 있었으나 이 최고위원이 빠지면서 당권파가 우세한 형국이 된다. 반면 손 대표의 반격이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15명이나 되는 변혁 소속 의원이 모두 탈당하면 바른미래당은 현역 의원 8명인 군소정당이 될 뿐만 아니라 교섭단체 지위도 박탈된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