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
60대 이상 고용개선 흐름 뚜렷
경제허리 40대는 되레 취업 감소
작년 지표 대비 개선 '기저효과'
"양적 성장 뒤 가려진 질적 하락"
정부의 재정살포로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고용지표가 개선 추세다. 취업자와 고용률, 실업률 등 3대 고용지표가 양적 개선됐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허리격인 '40대 고용상황'은 여전히 악화일로다. 수치의 양적 개선 속에 질적 악화는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 상황의 질적 개선을 위해서는 경기 회복이 우선인데, 현재 수출 한국을 둘러싼 대내외 경제 상황은 '짙은 먹구름' 속 폭풍 전야다.
전문가들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수치적 개선에 취해서는 문제 해결의 적기를 놓칠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반짝 개선 =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1~9월) 취업자 증가 폭은 월평균 26만명이다. 1월(1만9000명)과 4월(17만1000명)을 제외하고 7월까지 매달 취업자 증가 폭이 20만명 중후반대를 기록했고, 8월과 9월에는 각각 45만2000명, 34만8000명이 늘어나는 등 고용 상황이 양적으로 뚜렷한 개선 흐름을 나타냈다. 9월 기준 15세 이상 고용률 역시 61.5%로 23년 만에 가장 높았고 실업률도 3.1%로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에 따라 올해 정부가 제시한 취업자 증가 폭 20만명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고용지표 훈풍은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선 고용지표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기저 효과가 꼽힌다. 2017년 취업자 증가폭은 월평균 31만6000명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9만7000명에 그쳤다. 작년 상반기 10만명 안팎에 그쳤던 증가 폭은 하반기 들어서 7월 5000명, 8월 3000명, 9월 4만5000명, 10월 6만4000명, 12월 3만4000명으로 주저앉았다.
올해 취업자 증가폭이 20만명을 크게 웃도는 데에는 이러한 기저 효과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정살포가 일등공신 = 9월 고용지표의 개선 공로는 무엇보다 '정책 효과'에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을 보면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연관 있는 보건·의료복지 서비스업에 취업자가 늘고 연령별로는 60대 이상과 50대를 중심으로 고용개선 흐름이 뚜렷했다. 일자리 예산 초과 집행률도 이를 뒷받침한다. 올해 책정된 일자리 예산 13조4000억원 가운데 7월 말 현재 집행된 예산은 10조6000억원(78.5%)이다. 이는 당초 계획한 9조9000억원(73.4%) 대비 7000억원(5.1%포인트) 초과된 규모다. 내년도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인 25조8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재정을 통한 일자리 예산이 내년에는 올해보다 두 배 가량 늘릴 것이란 얘기다.
문제는 이 같은 수치 개선이 고용의 질적 문제를 덮어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과 40대 취업자 수는 올해 내내 마이너스가 이어지며 개선 기미가 미미하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고용동향에서 전체 취업자 증가 폭이 개선됐다"면서 "다만 이는 65세 이상 고령자 취업자가 늘면서 전체 고용률 상승을 둔갑시킨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망은 암울 = 올해 4분기 제조업 경기가 3분기에 비해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국내 제조업체 1051개사를 대상으로 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4분기 제조업 시황 전망지수는 87, 매출 전망지수는 88로 집계됐다고 20일 밝혔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전 분기보다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100 아래면 경기가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더 우세하다는 걸 의미한다.
4분기 제조업 시황과 매출 전망 BSI 모두 전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하락세다. 시황은 전분기(90)보다 3포인트, 매출은 전분기(96)보다 8포인트 각각 떨어졌다.
김승룡·성승제기자 sr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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