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함 칼럼] 曺國사태가 祖國에 남긴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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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함 칼럼] 曺國사태가 祖國에 남긴 교훈

   
입력 2019-10-21 18:27

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로 진보·보수의 진영대결 양상은 진정국면을 맞이하게 됐지만 우리의 정치사회에 남긴 상처는 블랙홀만큼이나 깊다. 이번 조국사태만큼 한국정치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혼미하고 불안정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적어도 수십만 내지 수백만 명의 국민들이 장관 자리 하나를 놓고 진영논리에 빠져 혐오와 증오의 맞불 집회 대결을 벌였다. 우리 정치사에서 그 전례를 찾기가 힘들다. 해방 직후 찬탁과 반탁의 시위를 꼽을 수도 있겠으나 그래도 그때는 국운을 건 대립이었다.


지난 3개월여 동안 전개된 조국사태를 보면 과연 우리가 어둡고 짙게 드리워진 진보·보수 대결정치의 블랙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자못 우려가 크다. 마치 콜로세움에서 죽음의 결투를 벌이는 검투사들과도 같이 오직 상대방을 죽이는 일만이 모든 행동논리의 기반이 되고 있다. 진실과 이성에 기초한 논리와 합리적 토론 과정은 아예 실종됐고 오로지 자기 진영만을 위한 가짜뉴스와 궤변 그리고 기만과 조작이 판을 치고 있다. 진영 간의 상호 불신과 적대감은 극에 달해 상대방의 존재조차도 인정하지 않고 제거하려든다.
조국사태는 조국블랙홀같이 보이지만 사실 그동안 뿌리를 내린 이념적 사회균열 구조의 결과로서 생성된 이념 블랙홀이다. 조국 한 개인의 문제가 정치사회적으로 비화되고 이념적 진영논리로 진화 발전된 현상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미 첨예화된 이념적 양극화 구조에 여야 정치인들이 국민 선동에 나서면서 국민 분열을 가열시킨 것이다.

따라서 조국사태를 조국 개인의 문제로 보기보다 이념적 진영정치의 결과로 보아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물론 사태는 조국 가족의 범죄 의혹에 의해서 촉발된 것이지만 이를 진영의 문제로 내년 총선까지 연계시킨 정치 지도자들이 국론분열을 주도한 것이다. 정치 지도자들은 갈등 유발을 통해 자신들의 정치이익을 확장시키려 했다. 이와 같은 이념균열 구조로는 민주주의는 퇴보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미래마저도 담보할 수 없다.



결국 조국사태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의 사과만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정치권과 함께 국민적 대오각성이 함께 일어나야 한다. 우리의 정치현실은 이념 블랙홀에서 벗어나기가 까마득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국민들은 위기 때마다 지혜와 용기를 발휘해왔고 높은 수준의 정치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조국의 사퇴에는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숫자보다 일반국민들의 여론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검찰개혁보다 더 본질적인 개혁은 정치개혁이다. 이를 위해서, 우선 대통령은 초기의 감성적 개혁적 리더십을 회복해야만 한다. 대통령의 장관 임명권을 국민협의를 거치지 않고, 즉 여론과 상식을 무시하고 강행하는 것은 오히려 헌법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며 스스로 정통성을 훼손시키는 일이다. 인사에 관한 공약을 되짚어 보면 탕평책이 그 답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국민은 내년 총선에서 진영논리와 거리정치를 조장하는 정치인들을 퇴출시키는데 집중해야 한다.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인이라면 민주적 제도적 장치를 십분 활용하여 합리적인 타협과 설득의 협치를 추구해야할 것이다. 진영논리로 범죄의혹 수사에 압력을 가하고 본인 유죄 판결까지는 법무부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는 것처럼 궤변을 늘어놓은 정치인은 탈락되어야 할 것이다. 걸핏하면 색깔론과 탄핵 주장까지 하고 거리로 뛰쳐나가려는 정치인들에게는 그런 시대가 지나갔음을 보여줘야 한다.

끝으로 국민 스스로가 이념 과잉집착 현상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조국사태는 진보나 보수 모두 똑같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결국은 있느냐 없느냐와 도덕적이냐 아니냐의 문제다. 이념이 다르면 대화조차도 되지 않는 극심한 분열과 적대감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이젠 촛불과 태극기를 들고 나가는 선동정치에 휘말리는 군중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민주주의가 중우정치로 타락할 위험성이 크다고 한 경고를 명심해야 한다. 거리정치보다는 제도정치를, 제도보다는 사람을 중시하는 옛 생각들을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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