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칼럼] 트럼프식 `배신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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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칼럼] 트럼프식 `배신의 계절`

박영서 기자   pys@
입력 2019-10-22 18:29

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 논설위원
마침내 터키군이 시리아 영내로 들어가 쿠르드족과 무력충돌하기 시작했다. 예상됐던 터키의 공격이다. '평화의 샘'이라고 명명된 이번 작전으로 시리아는 물론 중동 전체의 정세가 요동치는 양상이다. 터키군의 압도적 무력에 밀리는 쿠르드족은 적대 관계였던 시리아 정부와 손을 잡고 반전을 꾀하고 있다. 미국과 터키는 휴전에 합의했지만 '불안한 휴전'이 계속되고 있다. 한층 복잡한 양상으로 '카오스'(혼돈)는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분명한 것은 다시 이곳이 피로 물들 것이란 점이다.


시리아 북동부 주둔 미군의 철군을 알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가 이 지역을 새로운 단계의 전쟁터로 만들었다. 미군 철수로 힘의 공백이 발생하자 터키는 주저없이 진격했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에서 미군을 가급적 해외에서 철수시키겠다고 공약했다. 그것은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비즈니스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었다. 대통령에 당선되자 트럼프는 시리아 철군을 자주 시사해왔었다.
미국 국익 입장에서 보면 러시아와 이란이 지원하는 아사드 정권의 존속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리아 동부 타르투스에는 러시아가 사용하는 해군기지가 있다. 러시아가 지중해로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교두보다. 그래서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같은 시아파인 아사드 정권의 권력 약화를 원하지 않는다.

미국은 오바마 정권 시절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반군 세력을 지원했다. 그런데 트럼프 정권은 2017년 3월 아사드 정권 타도에서 이슬람국가(IS) 격퇴로 목표를 전환했다. 미국은 IS를 내몰기위해 쿠르드족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발을 빼는 행보를 시작했다. 그 결과 이 지역에서 미국의 위상은 저하됐다. 결과적으로 러시아와 이란이 지원하는 아사드 정권은 기사회생해 이제 확실한 우세를 점하고 있다.

미 국무부나 국방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트럼프의 방침을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의 '변덕스런' 외교정책이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는 불만이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그 중 한명이었다. "트럼프의 이해 능력과 행동거지는 딱 초등학교 5~6학년 수준"이라는 비아냥을 남기고 정권을 떠났다.


이번 시리아 철군은 '재선 전략'의 하나다. 위험한 분쟁 지역에서 미군을 빼내 미국민의 생명을 보존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갈채를 받는 것이다. 돈도 아낄 수 있다. 시리아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재선에 도움이 될 것 같으면 뭐든 하겠다는 것이 트럼프의 각오다. 장기적 관점, 장기적 영향 등은 고려하지 않고 '지지율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근시안적 발상 위주다.

대신 '자국 제일주의', '대선 제일주의'의 자세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국내외 지적과 비판에 개의치 않는다. 무역마찰에 대한 대응,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그리고 이번 시리아 철군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미국의 외교는 일관성을 잃어가고 있고, 세계 경제는 흔들리고, 이민 배척 등 극우 포퓰리즘이 세계에 만연하는 것이다.

동맹의 등에 주저없이 칼을 꽂은 트럼프의 '쿠르드족 토사구팽'은 우리에겐 '강 건너 불 구경'은 아닌 듯 하다. 우리도 예외는 아닌 것이다. 부동산 흥정하듯 계산기를 두드리는 트럼프의 행태를 보면 이래 저래 한미동맹에 큰 변화가 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압박은 시작됐다. 미 국무부는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 협상 일정을 공개하면서 '공정한 미군 주둔 비용 분담 책임'을 강조했다. 미국은 한해 방위비 분담금으로 50억달러(약 6조원)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이 내는 분담금 1조389억원의 5~6배나 되는 엄청난 액수다.

바야흐로 '배신의 계절'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동맹국 대통령의 등장으로 혼동이 가중된다. 어쩌면 배신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나 한국 외교력이 심히 걱정된다. 대책은 마련해 놓았는지 모르겠다. '주어진 환경'에서 굳건한 한미동맹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는 길 밖에는 길이 안보인다. 우리의 '현명한 저항'이 필요한 때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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