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 칼럼] 1라운드 경제실험, 2라운드 정치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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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칼럼] 1라운드 경제실험, 2라운드 정치실험

   
입력 2019-10-28 18:15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금년도 노벨경제학상은 빈곤 해결을 연구하는 개발경제학자에게 돌아갔다. 수상자의 한 사람인 에스테르 뒤플로 교수(MIT대학)는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성공 사례로 거명했다. 기술과 교육에 대한 대규모 미래 투자를 비결로 보는데, 이는 세계 경제학계가 예전부터 지적한 것이다. 한국은 가난했으나 소비를 줄이고 미래 투자를 늘렸다. 다른 개발도상국이 이렇게 하지 못한 이유는 경제 제도를 만드는 정치가 불안했기 때문이다. 어떤 나라든지 정치가 불안하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달라져 투자는 줄게 된다.


브라질 등 남미의 문제는 경제학자들의 오랜 관심사다. 남미 중에서 그래도 사정이 좋은 브라질은 한국보다 소득수준이 높았다가 1980년대 초반 역전되었고 그 이후 격차가 벌어져 지금은 한국의 1/3 수준이다. 자원이 풍부하나 성장이 지체되고 빈곤이 해결되지 못한 핵심 원인으로 경제 제도의 실패가 지적된다. 좌파 연립정권이 득세하면서 재산권을 침해하고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탈취적 제도가 경제를 지배했다. 열심히 일할 인센티브를 빼앗고 자본과 인재가 떠나도록 만들어 저성장의 덫에 갇혔다.
문재인 정권의 소득주도성장 경제실험은 남미와 비슷하다. 몽상에 빠져 한국이 가진 장점을 내팽개친 우매한 실험이다. 소득 불평등을 과장해 최저임금을 30% 올리고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든다며 근로시간을 25% 줄였다. 집권 2년 반 사이에 자영업에 이어 중소기업도 문 닫는, 문 대통령 말대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되고 있다. 성장률이 3%에서 1%대로 떨어지고, 취업이라고 말하기 민망한 공공 단기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제하면 실업률은 3%에서 6%대로 증가할 위기에 처했으나 독선에 빠져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

집권 중반기에 문 정권은 정치실험에 나섰다. 공수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목매는데 이 또한 기괴한 제도다. 정치마저 남미 국가와 비슷하게 만드는 어리석은 실험이다. 남미의 대통령제-다당제는 정치를 독재와 탈취적 제도의 유혹에, 경제를 빈곤의 함정에 빠뜨렸다. 지금도 대통령 권한이 너무 강해 정치가 불안한데 공수처를 만들면 대통령은 절대권력이 된다. 지금도 다당제라 정부가 돈 먹는 하마로 된 마당에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면 군소정당이 난립해 세금폭탄과 경제의 목을 죄는 악법이 판치게 된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1라운드 경제실험처럼 공수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2라운드 정치실험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공수처=검찰개혁' 프레임으로 선전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그럴싸 하게 포장해도 진실은 가리지 못한다. 조국 사태로 국민은 미혹에서 벗어나고 있다. 공수처가 만들어졌다면 조국 비리는 덮어질 수밖에 없었고,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었다면 제2의 조국 장관임명이 줄을 이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결과 초기에는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가 지금 찬반이 엇비슷해졌다.

대통령이 독선을 피울수록 공수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커진다. 조국 장관의 임명과 비호도 대통령의 독선에서 비롯되었고, 대통령의 독선이 정부와 경제위기를 호소하는 국민을 갈라놓았기에 그렇다. 공수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민주주의 위기와 경제위기는 악순환한다. 제1당의 국회 의석수가 40%대에서 30%대로 떨어져 군소정당들과 연합해야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정책을 바꾸면 연합정권이 붕괴하기에 군소정당의 힘이 더 커지고 정치가 경제에 쇼크를 주는 일이 수시로 벌어진다.

지난 2년 반 동안 공수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비극의 예고편을 보았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연합정권처럼 힘을 합쳐 소득주도성장을 도입했고 실패해도 외면하는 강(强)심장이었다. 1라운드 경제실험 실패만으로도 나라는 피폐해졌다. 2라운드 정치실험까지 하면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없다. 다른 나라는 한국을 부러워하는데 우리 스스로 실패한 국가로 만들 수 없지 않은가. 남미의 대통령제-다당제 비극을 밟게 만드는 공수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막아야 한다. 국가의 성공과 실패의 원리를 생각하며 국민이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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