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원칙 이탈 유감"
나경원 "법에 어긋난 해석"
문희상 국회의장이 29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사법개혁안을 12월3일 부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문 의장이 이날 바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등 사법개혁안을 본회의에 부의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30여일 이상 부의를 미룬 것은 야당의 반발 등을 고려해 중재안을 낸 것이다. 사법개혁안 본회의 부의를 두고 극한 대립을 이어가던 여야의 일촉즉발 위기를 넘길 수 있게 됐지만 여당도 야당도 모두 볼멘소리를 하고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문 의장은 이날 공수처 법안을 비롯해 패스트트랙에 오른 사법개혁안 4건을 12월3일 본회의에 부의하겠다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통보했다. 사법개혁안 4건은 지난 4월30일 패스트트랙에 오른 뒤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거쳐 법사위에 계류 중이었으나 지난 26일 패스트트랙 상임위원회 심사기간(180일)이 끝났다.
여야 3당 교섭단체는 사법개혁안 본회의 부의 시점을 놓고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외부 법률기관의 유권해석을 토대로 법사위 소관 법안의 체계자구심사(90일)를 생략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면서 곧바로 본회의에 부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으나, 자유한국당은 법사위 체계자구심사를 생략하는 것은 법률 위반이라고 맞섰다. 바른미래당은 사법개혁안 우선처리는 선거제도 개혁안과 동시 처리를 약속한 합의를 깨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여야의 팽팽한 삼각 줄다리기가 이어지자 문 의장이 직접 결단을 내렸다. 법사위 체계자구심사 기간인 90일을 보장한 것은 아니지만 본회의 부의를 12월3일로 늦춰 여야 모두에 시간을 벌어줬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의장이 한 달 이상 충분히 보장된 심사 기간 동안 여야가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사법개혁법안이 12월3일 본회의에 부의된 이후에는 신속하게 처리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문 의장이 12월3일을 택한 것은 사법개혁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제도 개혁안과 시간표를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선거제도 개혁안은 지난 8월29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다음 달 27일이면 법사위 체계자구심사 기간이 끝난다. 바른미래당 요구대로 선거제도 개혁안과 사법개혁안을 동시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것이다.
하지만 여당과 야당은 너나 없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의장 입장에서 여야 간에 더 합의하라며 정치적 타협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이겠지만, 원칙을 이탈한 해석"이라며 "그 누구도 국민의 명령을 유예할 수는 없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다만 이 원내대표는 "좀 더 충실하게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며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과의 협상만으로는 안 되니 패스트트랙 공조를 추진했던 정당, 정치 그룹들과 검찰개혁·선거제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동시에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공수처 논의의 매 고비마다 억지와 몽니로 법안 심사를 지연시켜온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국회법 해석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고, 무엇보다 국민을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마찬가지로 불만을 늘어놨다. 나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12월 3일 부의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기간을 (90일) 주면 내년 1월 말에 부의할 수 있다는 것이 한국당의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다행스럽고 합리적인 판단"이라며 "남은 기간 여야가 합의해 법안이 처리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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