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인호 칼럼] 공수처는 괴물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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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호 칼럼] 공수처는 괴물일 수밖에 없다

우인호 기자   buchner@
입력 2019-10-29 18:14

우인호 디지털전략부장


우인호 디지털전략부장
"황교한 대통령은 15일 우병오 전 민정수석을 제 2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으로 지명했다. 함께 추천된 김민변 변호사는 지명되지 않았다. 지난 두 달간 공식 활동을 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에서는 황 대통령이 임명한 김애국 법무부장관, 황 대통령의 임명으로 세 달 전 임기를 시작한 박보수 대법원장이 임명한 강자유 법원행정처장, 김대한 대한변협 회장, 자한당이 추천한 이수구 변호사, 지일파 변호사, 그리고 더불당과 바미당이 추천한 노개혁 변호사, 안혁신 변호사 등 7명이 활동했다. 격론 끝에 우병오, 김민변을 추천했으며 황 대통령은 우 전 수석을 지명했다."(2023년 12월15일자 OO일보)


가상뉴스다. 끔찍한가? 서초동과 여의도를 오가며 '촛불'을 드는 사람들이 느낄 수도 있는 감정이다. 마땅한가? 광화문에서 '퇴진'과 '하야'를 외치고 있는 사람들의 심정일 수도 있다. 둘 다 아니다. '우리' 대통령이 하면 믿을 수 있지만 '저쪽' 대통령이 하면 믿을 수 없는 일은 세상에 없다. 권력의 속성은 마찬가지니까.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든, 자유한국당이 밀어붙이든 공수처는 안 된다. '괴물' 하나 처리하는 것도 어려운데, 굳이 '괴물' 하나 더 만들 필요는 없다. 지금 있는 '괴물'의 가시를 빼는 제도적 개혁이 목표여야 한다.
그런데, 현재 의원입법을 통해 추진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안'(백혜련 의원 대표발의)을 들여다 보면 답답하기 그지 없다. 발의 때 첫 장에 실린 '제안 이유'다.

"고위공직자의 직무 관련 부정부패를 엄정하게 수사하기 위한 독립된 수사기구의 신설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음. 실제 이런 취지와 기조로 설치된 홍콩 염정공서, 싱가포르 탐오조사국은 공직자 비위 근절과 함께 국가적 반부패 풍토 조성에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음. 고위공직자의 직무 관련 부정부패를 독립된 위치에서 엄정수사하고 판사,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기소할 수 있는 기관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설치하여 고위공직자의 범죄 및 비리행위를 감시하고 이를 척결함으로써 국가의 투명성과 공직사회의 신뢰성을 높이려는 것임."



'독립'이라는 단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서두에 언급한 '우병오 공수처장'이 끔찍하다면 '독립'이란 단어는 그냥 수식어에 불과하다는 걸 느낄 것이다. 또 염정공서, 탐오조사국이란 해외 사례를 꼬집어 언급했다. 일당 독재에 가까운 도시국가의 사례다. 전 세계를 뒤졌지만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두 나라밖에 못 찾았다는 느낌이다. 더 찾았겠지만 차마 적지는 못했을 것이다. 고위 공직자의 직무 관련 부정부패를 감시할 국가기관은 사실 지금도 있다. 대통령의 배우자 및 대통령의 4촌 이내의 친족과 대통령 비서실 내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에 대해 감찰할 수 있는 특별감찰관이다. 2014년에 법이 제정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안을 냈다. 특별감찰관법도 그 내용을 보면 독립을 언급하고 있다. 정치적 중립성은 아예 조문으로 박아놓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2년 반째 공석이다. 공석이 아니었다면 '조국 장관'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본질을 보자. 검찰 개혁의 최종 목표는 '권력으로부터 독립'이다.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의미다. '정치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보다 여파가 더 크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아니라 차라리 검찰총창 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게 더 취지에 맞을 지도 모른다. 아예 검찰을 헌법 상의 제 4기구로 만들어 버린 나라도 있다고 하니 참고할 만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 방향도 잘못됐다.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여권의 인식에 우선 문제가 있다. 2017년 기준 OECD 회원국 전체(35개국)를 살펴보니 29개국이 헌법이나 법률에 검사의 수사권 또는 수사지휘권을 규정하고 있다.(신태훈, 사법연수원 34기, '이른바 수사와 기소 분리론에 대한 비교법적 분석과 비판') 29개국을 한번 읊어본다. 그리스 네덜란드 노르웨이 대한민국 덴마크 독일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멕시코 미국(수사권만) 벨기에 스웨덴 스위스 스페인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수사지휘권만) 아이슬란드 에스토니아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일본 체코 칠레 터키 포르투갈 폴란드 프랑스 핀란드(수사지휘권만) 헝가리. 이 가운데 '검찰개혁'이 나라의 최우선 과제인양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인 듯하다.

우인호 디지털전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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