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中 견제용 인도·태평양전략 내세운 美 … 韓·日관계 중재는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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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中 견제용 인도·태평양전략 내세운 美 … 韓·日관계 중재는 고심

김광태 기자   ktkim@
입력 2019-11-03 13:03

韓美 차관보 회동서 역할 요청
신남방정책 맞물려 협력 강조
美中 '패권전쟁'에 韓도 동참
1단계 합의 불발시 요구 커질 듯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와 데이비스 스틸웰 미 국무부 차관보는 2일 태국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한미동맹 현안과 한일관계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외교부 제공]

정부가 한·미 외교당국 차관보 회동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이 가능한 역할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미는 미국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신남방정책' 간 협력을 약속했다.


미·중 패권경쟁이 가속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접점을 연결고리로 '중국 견제용'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을 동참시키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2일(현지시간) 동아시아 정상회의 참석차 태국을 방문한 데이비스 스틸웰 미 국무부 차관보는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와 만나 한미동맹 현안과 한일관계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윤 차관보는 한·일 갈등 상황과 관련, 대화를 통해 합리적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한일관계 개선 과정에서 미국이 가능한 역할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양 측은 이런 방향으로 노력을 경주해 나간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미국은 설명서 자료를 국무부 홈페이지 공지 등을 통해 배포하면서 당초 '신남방 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간 협력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공동성명(Joint Statement)'이라는 제목을 추가로 붙였다. 이후 홈페이지 게재내용 수정을 통해 '공동성명' 부분을 '공동설명서'(Joint Fact Sheet)로 바꿨다.

외교부 자료상의 '설명서'에 맞춰 표현을 통일시키면서 '공동'의 협력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국무부는 한·미 외교차관보 협의 후 낸 보도자료에서 "한미는 양국 간 미래지향적 동맹에 우선순위를 둔다는 취지에 따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신남방정책 간에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도 보도자료에서 한·미 양 차관보가 지난 6월 3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천명한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간 협력 의지를 토대로 양국 정부가 그간 실질적 협력을 진전시킬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온 결과, 이러한 설명서를 마련한 데 대해 평가했다고 밝혔다.


국무부가 지난달 24일 스틸웰 차관보의 오는 5일 방한 관련 보도자료를 내면서 양대 의제로 '한·미 동맹의 힘'과 '인도·태평양 전략과 신남방정책 간 협력'을 꼽았던 만큼, 스틸웰 차관보의 이번 방한 일정에서도 인도·태평양 전략 문제가 비중 있게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간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과 미국'이라는 제목의 7쪽 분량 설명서는 △에너지를 통한 번영 △인프라 시설과 개발금융을 통한 번영 △디지털 경제를 통한 번영 △사람:굿 거버넌스(Good governance) 및 시민사회 △평화와 안전보장 등 분야별 협력 방안을 상세히 담고 있다.

여기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맺은 '인프라 협력 양해각서'(MOU)를 비롯해 원활한 5세대 이동통신(5G) 전환 지원을 위한 아세안 및 인도·태평양 국가들에 대한 합동 역량강화 워크숍, 수자원 관리, 해양 안보, 기후변화 대응, 보건분야 협력 등도 포함됐다.

설명서는 머리말에 "한국과 미국은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간 개방성, 포용성, 투명성, 국제규범에 대한 존중, 아세안 중심성이라는 원칙에 따른 협력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전하고 번영하는 역동적 미래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함께 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트럼프 행정부가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용 포석과 직결돼 있다. 미·중 간 1단계 무역 합의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지만 미국은 1단계 합의가 안 되면 관세 인상에 나서는 한편 중국의 '7대 죄악'을 다루겠다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고강도 발언을 쏟아내며 잇따라 '중국 때리기'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은 중국의 반발 등을 감안해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의 '조화로운 협력'을 표방하고 있지만, 미·중 '파워 게임'과 맞물려 인도·태평양 전략에 더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대중(對中) 견제에 협력해달라는 미국의 요구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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