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조 들인 ‘트럼프 장벽’, 11만원 가정용 톱에 ‘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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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조 들인 ‘트럼프 장벽’, 11만원 가정용 톱에 ‘뻥’

김광태 기자   ktkim@
입력 2019-11-03 13:11

트럼프 "못 뚫는다" 호언했지만
밀수업자들 15~20분만에 절단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 설치된 국경 장벽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남미 불법 이민을 막겠다며 미국-멕시코 국경에 건설한 이른바 '트럼프 장벽(사진)'에 구멍이 뚫렸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일(현지시간) "밀수업자들이 가정용 무선 전동 톱을 사용해 트럼프 장벽에 사람과 마약이 드나들기에 충분한 크기의 구멍을 냈다"고 보도했다.
장벽 절단에 사용된 전동 톱은 철물점에서 100달러(약 11만6700원) 정도만 주면 살 수 있는 흔한 톱이다. 밀수업자들은 이 전동톱을 이용해 최근 몇 달 간 반복해서 장벽에 구멍 뚫기 작업을 했다.

이 톱에 특수 날을 장착하면 강철과 콘크리트로 이뤄진 장벽의 말뚝을 15∼20분 내 잘라낼 수 있으며, 여러 사람이 동시에 작업하면 시간을 더 단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벽은 5∼9m 높이의 말뚝을 잇따라 세워놓은 형태이며, 이들 말뚝의 맨 꼭대기 부분이 패널에 접착된 형태다. 이로 인해 개별 말뚝의 밑단을 잘라내고 나면 말뚝이 패널에 매달린 채 달랑거리게 돼 이를 밀어내면 성인 한명이 통과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지난 대선에서 중남미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509마일(819㎞) 길이의 국경장벽 건설을 공약 1호로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연설, 광고, 트위터를 통해 장벽 건설 과정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왔다. 이 장벽에는 지금까지 세금 100억 달러(11조6700억원)가 투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는 이 장벽의 우수성을 자랑하면서 "사실상 뚫을 수 없다"고 호언했고, 장벽을 슈퍼카 '롤스로이스'에 빗대 불법 이민자들이 넘어갈 수도, 아래로 지나갈 수도, 통과할 수도 없는 명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밀수업자들은 톱만 활용하지 않는다. 이들은 장벽 넘기용 사다리를 만들기도 하는데, 콘크리트 보강용 철근으로 만드는 이 사다리는 비싸지 않고 가벼워서 특히 마약 인기 밀수지역인 샌디에이고 주변에서 많이 쓴다.

밀수를 통해 수십억 달러를 챙기는 멕시코 범죄조직들은 국경에서의 새로운 장애물과 단속을 뚫는 이러한 수법을 통해 추가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고 관리들은 전했다.

WP는 "미국 정부는 이 국경 장벽 말뚝 절단 사건에 관해 확인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국경 말뚝 절단 사건의 횟수와 장소, 말뚝 보수 과정에 대한 정보 제공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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