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마크롱의 경제개혁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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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마크롱의 경제개혁이 주는 교훈

   
입력 2019-11-03 18:23

박종구 초당대 총장


박종구 초당대 총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경제개혁이 지구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창의와 열정의 리더십으로 프랑스를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고용에는 청신호가 울렸다. 실업률이 2017년 5월 취임 당시 9.7%에서 올 2분기 8.5%로 떨어졌다. 2분기 6만6000개 일자리를 포함해 취임 이후 36만7000개 일자리가 생겼다. 2분기 정규직 비율은 54.7%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최고치다.


마크롱은 5대 노동개혁을 내걸었다. 산별노조 대신 기업노조와의 협상, 경영 악화시 해고 요건 완화, 부당해고시 기업 책임범위 제한, 기업의 근로자 복지 의무 간소화, 업종별 정규직 전환의 탄력적 허용이 주요 골자다. 시장친화적 노동개혁이며 노동 유연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유연한 노동시장 없이는 저성장의 질곡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깔려있다.
3300쪽의 노동법규를 손질했다. 해고 170쪽, 근로자 보건 및 안전 420쪽, 임시고용 50쪽, 단체협상 85쪽 등이다. "게으름뱅이, 냉소주의자, 극단주의자에게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마크롱의 개혁의지가 노동개혁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 노동 유연화에 역점을 둔 점을 주목할 가치가 있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의 고용·해고 관행은 102위, 임금결정 유연성은 84위를 기록했다. 2016년 스위스 은행인 UBS 평가에서 노동 유연성은 139개 대상국 중 83위에 그쳤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에서 노동개방성은 63개국 중 61위였다.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부유세 폐지와 법인세율 인하도 평가해야 한다. 부유세 부과로 프랑스 자산가 20%가 다른 나라로 이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부유세 폐지는 프랑스를 떠나는 자산가와 기업가의 투자를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노란 조끼'로 상징되는 반정부 시위에 시달렸지만 수개월에 걸친 대국민 직접 소통으로 위기 국면을 타개했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변화에 대한 열망을 축소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법인세율을 현행 33.3%에서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25%까지 낮출 계획이다. 작년 의회 연설에선 "기업을 돕는 정책은 국가를 위한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35% 법인세율을 21%로 파격적으로 인하했다. 영국, 일본 등 주요국이 앞다투어 세율 인하에 나서고 있다. 다른 나라에 뒤쳐질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저소득층을 위주로 한 개인소득세 감면도 발표했다. 1200만 가구에 대한 50억 유로 규모의 감면을 추진한다. 저소득층에 대한 최저세율을 14%에서 11%로 인하할 계획이다.

개혁 2라운드로 퇴직연금 개혁이 수술대에 올랐다. 42개 직군으로 나뉘어 운영되는 퇴직연금 체계를 손보겠다는 방침이다. 연금 수급 연령을 높여 은퇴시기를 늦추고 재정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프랑스의 퇴직연금은 복잡하고 직군별로 운영되어 통합 관리나 자금 운용이 불가능하다. 내년 하반기 입법을 목표로 호의적 여론 조성 작업에 나섰다. "프랑스에서는 혁명보다 개혁이 더 어렵다"는 프랑스와 미테랑 전 대통령 말처럼 연금개혁에 대한 국민의 반대 정서가 만만치 않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67% 응답자가 퇴직연금 개혁에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프랑스 개혁이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첫째로 국가 최고지도자의 의지와 비전이 개혁의 핵심 추동력이라는 점이다. 노란 조끼의 반발에 부딪혀 지지율 급락을 경험했지만 특유의 승부근성으로 각계 각층과 소통하는 열린 리더십을 실천했다. '개혁은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확고한 국정철학이 다수 국민들의 마음을 열게 만들었다. 둘째로 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유연한 노동시장과 상호협력적 노사관계가 관건이다. 우리나라가 대립적 노사관계와 경직적 고용시장으로 저성장과 저고용의 악순환에 빠져든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크롱 개혁은 한마디로 친시장·친기업 정책의 부활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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