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한달만에 확 바뀐 대통령 경제진단

메뉴열기 검색열기

[포럼] 한달만에 확 바뀐 대통령 경제진단

   
입력 2019-11-05 18:17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경제가 심각하다. 지난 10월 15일, 한국은행이 성장세 회복을 위해 금리인하를 단행한 날,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뒤이어 17일 대통령이 주재한 긴급경제장관회의에서 3시간 넘게 최근 경제동향과 고용동향 등에 대한 보고와 토론이 있었다. 사실, 대통령은 불과 한 달 전인 9월 1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고용 및 분배지표가 개선되고 있어서 우리경제가 어려움 속에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이제까지 유지해 온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확장적 재정운용 기조 등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언급은 일체 없이, 투자를 10차례나 강조하면서 경기가 어려우니 정부는 재정지출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고, 민간투자 활성화도 시급하다고 강조하였다. 언론 및 학계에서 디플레이션 진입 위험을 논쟁하는 이 시점에, 정부가 지금이라도 경제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정책전환을 시도하겠다는 듯 보이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불과 한달 사이에 우리 경제를 거의 정반대로 진단하고 있는 것을 보면 국민들의 의구심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러는 동안 뉴욕에서 한국경제 설명회를 주도했던 경제부총리가 당시 외신 기자들로부터 받은 주요 질문 세 가지를 요약해 보면 외국 투자가들이 한국경제의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첫째, 최저임금 등 노동친화적 정책을 한국 정부가 계속 더 도입할 것인가, 둘째, 재정지출을 투자 또는 소비 중, 어디에 둘 것인가, 셋째, 수출 부진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이다. 여기서는 첫째 질문, 즉 노동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에 초점을 맞춰보기로 한다.

향후 노동정책은 기존 인력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맞는 인력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우선 노·사·정이 모여 빠른 시간 내에 강성 노동조합으로 상징되는 한국의 노동시장을 생산성에 연계되는 노동시장으로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대통령이 그토록 '투자'를 강조하건만, 강성노조가 구태에 의존한다면 우리 경제의 미래도, 투자도, 노조의 미래도 없다. 근로자의 사회 안전망 확충은 물론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미래 시대에 맞는 인력육성을 위해 교육개혁이 필요하다. 현재 교육개혁을 준비해 시행하더라도 그 성과에는 15~20년이 소요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교육개혁은 유권자를 의식한 정권 이익 보다는 국가 미래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안된다. 근로자의 생산성은 근로자 스스로 생산성을 개선하려는 학습노력에 의해서도 향상될 수 있지만,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새로운 설비 투자를 통해서도 배가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이 이러한 투자를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 개혁에 선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를테면, 주 52시간이라 하더라도 탄력근로제를 도입하여 기업들이 처한 상황에 맞게 근로자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근로자의 생산성도 늘고, 소득도 증가할 수 있다. 기업가들의 이러한 의사결정에서 성과가 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은 제도의 개혁을 통해 불확실성을 줄여 주어야 한다.

급속히 하락하고 있는 잠재성장률을 개선하려면, 출산여성들이 경력 단절이 되지 않게, 정부는 1세 아동을 돌볼 수 있는 시설을 확충하는데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행정 업무의 전산화로 구·동 등 행정기관을 찾는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는 마당에, 지자체는 그들을 위한 새로운 건물 및 시설을 확충하는 대신 그 지역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한 시설과 시스템을 만드는데 투자하도록 교부금 등의 인센티브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이와 같은 경제구조 개혁은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하여 국회의 협조를 얻어 법 제정 및 개정을 추진하고 그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도출하면 예산의 추가 투입 없이도 경제성과를 낼 수 있다. 불과 한달 만에 정반대로 나온 대통령의 경제진단을 보면 '대통령께서 경제를 꼼꼼히 챙긴다'는 상징성으로 끝나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책에 대한 신뢰는 슈퍼예산 편성 보다 국가의 잠재성장률을 증가시키는 구조개혁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