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칼럼] 성장률 추락에도 집값이 치솟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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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세 칼럼] 성장률 추락에도 집값이 치솟는 이유

   
입력 2019-11-06 18:14

권혁세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前 금융감독원장


권혁세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前 금융감독원장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0.4% 성장에 그쳐 올해 성장률은 정부가 목표한 2%대 중후반은 커녕 심리적 마지노선인 2% 달성 조차 어려울 것 같다. 올해 우리 경제가 1%대 성장에 그치게 되면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성장률 0.9%) 이후 가장 부진한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정부 부문과 민간 부문, 내수와 수출로 구성되는 성장의 내용을 볼 때도 취약하기 짝이 없어 향후의 성장 전망을 어둡게 한다.


내수를 구성하는 민간의 투자와 소비가 계속 감소하고 있어 내수의 성장기여도(마이너스 0.9P)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 아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 이정도 성장률을 유지한 것도 수출과 막대한 정부 재정 지출에 힘 입은바 크다. 하지만 수출은 미중 무역분쟁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주요 수출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증가율이 계속 둔화되고 있어 앞날이 불투명하다.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에 의존한 성장 견인도 세입 여력 약화와 재정의 건전성 악화로 시간이 갈수록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이 당초 목표보다 크게 하락한 주된 이유로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세계경제 둔화, 특히 중국의 성장 둔화를 지목하고 있다. 물론, 무역의존도가 높고 대중국 수출 비중이 20%가 넘는 한국 경제는 외부 요인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과 미국을 제외하고 가장 큰 피해를 입을 나라로 한국을 지목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40여년 동안 한국의 성장률이 전 세계 성장률을 1%P 이상 밑돈 해는 오일 쇼크 영향을 받았던 1980년과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그리고 올해 세 차례 뿐이다.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나타내는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6%대에서 2000년대는 4%대로, 최근에는 2%대 중반까지 지속 하락해오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지속 하락하는데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저출산·고령화 탓도 있지만 민간 분야의 투자 저하와 노동 생산성 하락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통계청이 발표한 경기지표를 근거로 2017년 들어 각종 국내 경기 지수가 하향세로 전환되는 시기에 정부가 민간투자 활성화를 통한 성장동력 확대보다 분배에 치중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추진한 것이 작금의 성장률 추락을 초래한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경직적 주 52시간제 도입, 기업 투자와 건설 투자를 옥죄는 각종 규제 대책과 법안들은 민간의 성장동력을 위축시켜 미래의 성장잠재력까지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트럼프 정부 출범 후 기업 투자 활성화 독려와 일자리 증대, 노동 생산성 증가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대 중반으로 추락한 잠재 성장률이 2%대 초반까지 상승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한 바가 크다. 따라서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민간의 투자 활력 회복을 위한 과감한 규제 완화다.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도 일회성, 소비성 복지 지출 확대에 주력하기보다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 투자, 특히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인프라 투자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저성장과 함께 우려스러운 것은 작금의 경제상황과 괴리되어 치솟는 주택 가격이다. 지난달 강남 반포 한강변의 모 신축아파트가 평(3.3㎡)당 1억원에 실거래가 이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서울 강남은 물론 서울과 수도권에 이어 한동안 침체를 보여온 지방의 일부 주택까지 가격이 들썩이고 있고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치솟는 집값에 조바심난 국민들의 매수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내년 이후 전·월세값 상승으로 이어져 국민들의 주거비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사실 저성장 문턱에 접어든 우리 경제 상황이나 생산인구 감소,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폐업 증가로 인한 상업용 건물의 공실 증대 등을 고려할 때 금리인하나 풍부한 유동성 요인 외에는 주택 가격이 상승할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 따라서 이번에 강남 등 서울 일부 지역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은 강남 지역을 타킷으로 한 재건축 규제 강화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추진이 불러온 역풍으로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 실시와 재건축 규제 강화로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주택 수요가 기존 신축 주택으로 몰리면서 기존 집값 급등을 초래한 것이다.

강남 집값이 서울이나 지방 대도시와 비교할 때 지나치게 높은 것은 교육, 교통, 문화, 일자리 등 모든 면에서 인프라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이는 뉴욕시의 맨허턴 부근의 집값이나 선진국 주요 도시의 특정지역 집값이 타지역보다 월등히 높은 것과 동일한 이유다. 따라서 정부는 강남 집값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요인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취약한 다른 지역의 인프라 투자에 주력함으로써 집값 양극화 해소를 도모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본다. 또한 최근의 집값 상승은 주로 신축 주택이 주도하는데, 그만큼 수요에 비해 신축 주택의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좋은 주거 환경과 새집에 살고싶은 국민들의 주거 욕구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규제할 수 없다. 규제가 강할수록 부작용만 커질 수 있음을 이번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주거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에는 신축 주택 공급을 대폭 늘려 희소성으로 인한 집값 거품을 줄이고, 주거 환경이 열악한 곳은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시장 원리에 충실하면서도 집값 양극화 해소와 국민의 주거 만족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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