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불평등이 `뉴노멀`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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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불평등이 `뉴노멀`된 시대

김승룡 기자   srkim@
입력 2019-11-06 18:14

김승룡 정경부 차장


김승룡 정경부 차장
"저는 이번 정부는 다를 줄 알았어요. 그런데 실망스러워요. 지난 정부와 같으면 같았지 달라진 게 없어요. 갈수록 허탈해요."


모 공공기관 관계자의 말이다. 이런 실망의 목소리가 하나 둘 더 늘어간다.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아이들 손 부여잡고, 촛불 들고 광장에 모여 '박근혜 탄핵'을 외쳤던 이들에게서 나오는 한숨 섞인 말들이다.
공정사회? 이 정부가 그렇게 외쳤던 공정사회는 더 불공정한 사회로 가고 있다. 최순실의 딸 만큼이나 조국 전 장관의 딸은 불공정했다. 지금도 취업 바늘구멍을 뚫고자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도서관을 떠나지 못하는 수많은 청년들, 2017년 촛불을 들었던 그 청년들은 또다시 좌절해야 했다. 있는 집 자식은 의학 논문 제 1저자로 너무나도 쉽게 이름을 넣었지만, 없는 집 자식은 논문은 커녕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

공정하지 못한 게 어디 이뿐인가. 이번 정부 들어 소위 '낙하산' 인사가 더 많아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계 출신 공공기관장과 감사 수가 이전 정부보다 배로 늘었다. 정계 출신 공공기관장 10명 가운데 7명은 이른바 '캠코더'(대선·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였다. 더 하면 더 했지, 절대 이전 정부보다 낙하산 수가 적지 않다.

서민들을 위해 집값을 잡겠다며 온갖 규제를 도입했지만, 서울의 집값은 역대 그 어느 정부 때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평범한 월급쟁이는 돈 한 푼 쓰지 않고 20년 이상을 모아도 집을 사기 어렵다. '소득주도성장'이 이번 정부의 3대 어젠다 중에 하나지만 부의 불평등은 최악이다. 빈부 격차가 갈수록 더 벌어진다. 올해 2분기 상위 20%의 소득은 하위 20% 소득의 5.3배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5년만 해도 4.19배였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엔 4.73배로 높아졌고, 작년 2분기 5.23배에서 올 2분기엔 5.3배로 늘어난 것이다. 하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132만5000원으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상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943만6000원으로 3.2% 증가했다. 두 계층의 소득 격차가 811만1000원으로, 이 역시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2014년 서울 송파구 세 모녀가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채 방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놓고 동반 자살한 사건 이후 최근 비슷한 사건이 또 일어났다. 서울 성북구 네 모녀가 생활고 끝에 동반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다. 한창 돈 벌어 자식들 먹여 살려야 할 30·40대 가장들은 취업을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30~40대 취업자는 전년 동월대비 각각 9000명, 12만7000명 감소했다. 특히 올해 3분기 기준 40대 취업자 수는 17만9000명이나 감소했다. 3년 연속 감소세다. 40대 취업자 수는 2016년 683만2000명에서 2017년 678만3000명, 2018년 666만6000명으로 매년 감소했다. 3년 새 17만명이나 감소했다. 갈수록 일해서 벌어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라는 푸념이 20~30대 젊은 층은 물론 40~50대 등 경제 주축 연령대까지 확산하고 있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했던 정부에서 일자리 증가율은 더 떨어지고 그나마 늘어나는 일자리는 세금으로 만드는 '알바' 수준의 임시직이다. 노동계의 강력한 지지 속에 탄생한 이번 정부는 초기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부르짖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비정규직은 역대 최대로 늘었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수는 748만10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6만7000명 늘었다. 이는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정부는 통계 기준이 바뀌어 최대 50만명의 기간제 비정규직 근로자가 늘어서라고 변명하지만, 50만명을 제외하더라도 비정규직 수치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급속한 최저임금의 인상, 주 52시간제 도입 등으로 자영업자는 설 땅을 잃었다. 올해 8월 기준 자영업자는 전년에 비해 6만2000명 줄어 크게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40~50대 자영업자가 무려 1년 새 20만명 가까이 폐업했거나 사업을 포기한 것이다.

'혁신성장'이란 정책 어젠다는 또 어떤가. 혁신은 '권력 지키기' 앞에선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차량공유서비스 '타다'는 기존 택시 업계 기득권의 반대에 부딪혀 '죄인'으로 낙인 찍혔다. 의료계, 택시업계 등 기득권이란 다수의 표 앞에서 혁신은 사라지고 불공정만 남았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가 아니라 '총선, 혁신은 끝났다'가 됐다. 공정사회도, 소득주도성장도, 혁신성장도 '공허한' 공약(空約)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는 9일 반환점을 돈다. 2022년 이번 정부가 끝날 때 또다시 분노의 촛불이 거리로 쏟아져나오지 않길 바란다. 정부의 뼈를 깎는 반성과 대책 실천이 시급하다.

김승룡 정경부 차장 sr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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