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進退維谷 <진퇴유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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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여담] 進退維谷 <진퇴유곡>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19-11-07 18:10



나아갈 진, 물러날 퇴, 맬 유, 골짜기 곡. 나아갈 수도 물러날 수도 없이 골짜기에 매어 있는 상황을 말한다. 궁지(窮地)에 몰렸을 때를 일컫는다. '시경'(詩經) 대아(大雅) 상유편(桑柔篇)에서 유래한다. 주나라 10대 여왕(勵王)과 12대 유왕(幽王) 때 실정(失政)으로 백성이 도탄에 빠졌다. 왕은 정사를 돌보지 않고 신하들은 서로 파당을 지어 책임을 돌렸다. 이 때 백성들이 한탄하며 풍자한 구절이 시경에 채록된 것으로 보인다. 백성들은 '숲 속 사슴들도 떼 지어 정답거늘 군신들은 서로 믿지 않네. 옛 사람들이 이르기를, 나아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하는 골짜기에 빠진 형국이라네(人亦有言 進退維谷).' 생각 없는 동물들도 서로 어울려 잘 사는데 하물며 권력을 가진 인간들이 왜 백성을 편하게 해주지 못하는가를 진퇴유곡에 비유해 지적한 것이다.
진퇴유곡과 비슷한 말로 자주 쓰이는 사자성어가 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의미는 진퇴유곡과 같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진퇴유곡은 정치의 실정이나 사회현상의 퇴보 등으로 백성의 삶이 어려워진 상황을, 진퇴양난은 주로 전쟁이나 전투 등에서 상대와 대결할 때 전진도 후퇴도 할 수 없는 상황을 지칭할 때 쓰인다. 궁지에 몰린 형세를 의미하는 것은 같다.


현재 국정(國政) 돌아가는 걸 보면 진퇴유곡으로 설명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문제다. 현재 정부는 종료냐, 파기선언 번복이냐는 기로에 서있다. 한미동맹 차원에서 미국은 종료하지 말 것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문 정부는 한 번 잘못 내린 결정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처지다. 남북관계 역시 그렇다. 끊임없이 일방적 '구애' '유화' 정책을 폈지만 북한은 더 냉담해졌다. 남북관계도 이제 진퇴유곡에서 벗어날 때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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