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소위 파행후 간신히 정상화
한국당, 14.5兆 순삭감 압박에
민주당 "막무가내 삭감" 반발
연합뉴스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막말 파문에 예산안 심사도 삐걱거리고 있다.
513조원 규모 슈퍼예산안의 '핀셋전쟁'을 치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가 첫날부터 파행을 빚었다.
예결위 예산소위는 11일 첫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 세부 심사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결위원장인 김 의원의 막말 논란에 더불어민주당이 사과를 요구하면서 회의는 시작한 지 10여분 만에 파행했다.
김 의원은 예결위원장으로서 예산소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이날 김 의원이 회의를 주재하자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전해철 의원이 김 의원에게 막말 논란을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렀다. 김 의원은 최근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향해 '2년 안에 죽는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가 물의를 빚었다.
전 의원은 "김 의원이 여당 대표에게 금도를 넘어서는 발언을 해서 불필요한 정치적 갈등을 야기 했고,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국민들의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며 "예결위를 원만하게 이끌어야 할 위원장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앞으로 정상적인 심사를 위해서는 최소한 위원장의 사과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전 의원은 이어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있던 일(고성 등 태도 논란)로 청와대 정무수석이 나왔고, 국무총리까지 결국 사과했다"며 "원만한 진행을 위해 최소한의 사과표명은 있어야 된다"고 했다. 같은 당인 임종성 의원도 "(타인의 말을 전한 것이라 해도) 당 대표에게 그런 것은 잘못"이라며 "아무리 패러디나 응용이라고 해도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사과 한마디하고 넘어가면 될 일"이라고 거들었다.
그러나 한국당은 민주당이 김 의원의 발언을 지나치게 정치쟁점화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현재 한국당 의원은 "(김 의원이) 농담조로 이야기를 전한 것뿐"이라며 "그런 부분을 갖고 쟁점화한다면 원만한 진행이 어렵다"고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예산소위가 513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심사하는 곳이니 예산 중심으로 논의를 하고 정치적인 부분은 거론하지 않고 자제하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박완수 한국당 의원도 "(김 의원의 발언은) 예산 심사나 예결위와 관계 없는 것"이라며 "왜 예결위 심사장에서 그 얘기를 꺼내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예산안 심사와 관계가 있다고 하면 사과해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정치 공격"이라고 날을 세웠다.
여야 공방이 길어지자 김 의원이 직접 "제 발언으로 논란이 야기되고 예산소위 심사가 논란이 된 데는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으나 "누구를 비방하거나 정치적인 공격을 하려는 발언이 아니었다. 이 자리에서 사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사과요구를 거부했다. 민주당 측이 거듭 사과를 요구하자 예산소위는 정회했다. 이후 여야 간사단 회동에서 김 의원이 발언과 관련해 다시 한번 유감의 뜻을 표명하기로 하면서 예산 심사는 간신히 정상화했다.
하지만 예산소위 파행은 서막에 불과하다. 본격적인 심사를 앞두고 여야는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전날인 1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단기 일자리 예산과 남북협력 예산 등 14조5000억원을 순삭감하겠다고 압박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의원총회에서 "한국당이 남북관계라든가 일자리라든가 지역 발전과 관련한 굉장히 중요한 분야들에서 '묻지마 삭감', '막무가내 삭감'을 예고했다"며 "정도 이상으로 정부 예산의 골격을 흔드는 삭감을 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정부의 예산을 해체해 재정의 역할을 마비시키겠다는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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