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출입기자 간담회서 밝혀
"現 기준금리 충분히 완화적"
통화정책 환경, 선진국과 상이
금리변동땐 채권 대체 제한적
"세계 통화시장에서 한국은 아직 신흥국이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상이한 통화정책을 보여도 이상할 것은 없다."
13일 임지원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사진)은 한국은행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환율변동이 통화정책에 미치는 시사점'에 대해 발표하며 이 같이 말했다.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연 1.25%로 내린 지난 10월 한은 금통위에서 동결 소수 의견을 냈던 임 위원은 현 기준금리가 충분히 완화적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올해 두 번째 금리인하를 단행했던 지난달 16일 금통위에선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매파(통화긴축 선호) 금통위원 간 격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 위원은 이날 한국의 통화정책 환경은 선진국과 다르다고 밝혔다. 임 위원은 "한국의 경우 정책금리 조정이 원·달러 환율 움직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일례로 투자상품도 예금부터 주식 사이에 수많은 파생상품이 촘촘히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선택의 폭이 넓지 않듯이, 비록 비슷한 경기 흐름에 직면한다 할지라도 통화정책의 작동 과정은 개별 경제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
선진국과 달리 신흥국의 경우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통화가치가 뒤따라 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게 임 위원의 설명이다. 상대국 채권과 대체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경우, 금리와 환율의 상관관계가 낮아지는데 우리나라 채권은 대체성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임 위원은 "2011년부터 원·달러환율은 1100~1200원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변동 폭이 크지 않았다"면서 "결국 환율 변동의 특성 차이로 인해 신흥국의 통화정책은 제로금리 혹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펼치는 주요 선진국의 통화정책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나라도 제로금리 정책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금통위 내 일부 다른 위원의 의견과는 배치되는 입장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글로벌 경기흐름이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이후 지금까지 한 사이클이 끝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대사이클이 아닌 소사이클만 2011년 유럽연합(EU) 지역의 재정문제, 2018년 미·중무역분쟁 격화 등이 있었다는 것. 임 위원은 금융안정 측면에선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 문제가 전혀 없다고 생각할 수준까지는 안된다"면서 "외환건전성 조치는 어려운 시기에 대한 일종의 보험"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은 전망 관련 "2018년까지 글로벌경기 성장률 둔화를 제조업 분야가 주도했는데, 지난 2~3개월 간 세계경제지표를 보면 제조업이 악화되는 게 진정되는 지표들이 나온다"면서 "특히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 지표가 두드러지는데 기술적인 반등인지 지속적인 개선인지는 더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동철, 신인석, 고승범, 이일형 금통위원 등 네 명의 금통위원은 내년 4월 금통위 이후 임기가 종료된다. 임 위원은 지난 2007년 이후 금통위 사상 두 번째 여성 위원으로 지난해 5월 내정됐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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