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은행에서는 고난도 사모펀드 판매가 제한된다. 일반 개인투자자의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최소투자금액은 기존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한다. 2015년 사모펀드 규제완화 당시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춘 뒤 최근 대규모 원금손실 DLF 사태가 발생하자, 4년여 만에 다시 문턱을 높이는 것이다.
14일 금융위원회는 서울정부청사에서 이 같은 방안을 담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금융당국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파생상품 내재 등으로 가치평가방법 등에 대한 투자자의 이해가 어려운 상품으로서 최대 원금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상품을 말한다. 주식연계상품, 수익구조가 시장변수에 연계된 상품, 기타 파생형 상품(CDS 등)이 포함된다. 거래소 상장 상품은 제외된다.
은행은 고난도 상품 중 사모펀드와 신탁 판매가 전면 금지된다. 고난도 공모펀드 판매 등은 가능하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은 지수가 연계되거나 옵션이 들어가는 등 쉽게 손익구조를 알 수 없는 상품을 말한다. 은행이 자율적으로 판단하지만, 사모펀드인지 공모펀드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경우 금융당국은 소비자로 구성된 판정 위원회를 구성해 금융사가 설명해 판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사모펀드 일반투자자의 최소투자금액은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레버리지 200% 이상 펀드는 3억원 이상에서 5억원 이상으로 올린다. 이는 지난 2015년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일반투자자의 최소투자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확 낮추면서 DLF에 전 재산을 쏟아부은 피해자들이 대거 발생했다는 비판 때문이다.
은 위원장은 이에 대해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부분이 아예 일반인 투자를 못하게 막을 것이냐, 3억으로 올릴 것이냐였다"며 "은행에서 판매를 금지할지 여부를 놓고도 은행 외에 다른 금융기관의 점포가 없는 지방에서는 2억5000만원을 들고 어디가서 투자해야 하는 지 등의 문제가 있어 이 같이 결정했다. 정답이라고 감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모든 것을 고민해 방안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녹취 의무와 숙려제도 적용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고령투자자 등 취약투자자에게는 투자상품의 난이도나 유형에 상관없이 모든 금융투자상품에 대해 녹취·숙려제도를 의무적으로 적용한다. 숙려기간인 이틀 동안 명확한 투자 승낙 의사표시가 있어야만 투자가 확정되고, 승낙이 없으면 자동 취소된다. 고령투자자는 '70세에서 만 65세 이상'으로 그 범위를 확대한다.
또 자필 또는 육성으로 직접 진술한 경우에만 제대로 된 설명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본다. 투자자 대신 기재하는 행위, 투자자성향 분류 조작 등 불완전판매 유도행위는 불건전 영업행위로 규정하고 엄정히 제재한다.
DLF 사태와 같은 소비자 피해 발생시 금융회사의 CEO, 준법감시인 등 경영진들이 책임을 지도록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명확히 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선 국회 계류 중인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의 통과가 필요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 통과와 별개로 상품판매 관련해서 내부 통제 기준을 정하도록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영업행위준칙을 시행해 임원진이나 CEO 역할 책임을 규정하면 이 법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영업 준칙을 기반으로 제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DLF 사태에는 이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금융당국은 고위험상품 투자자 리스크 점검회의를 정례화 하고 상시감시와 현장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종합방안을 토대로 2주간 각 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진현진기자 2jinh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