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상승 채권시장 요동
채권투자심리 잠잠 '이상현상'
내년 나라 곳간 거덜날 판인데
우려 상황 아니라는 궤변 정부
"정부-시장 긴밀한 소통 시급"
정부가 내년에 513조원이 넘는 슈퍼예산에 이어 60조원 규모의 적자 국채를 발행하면서 채권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늘어난 재정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적자 국채 발행을 늘리자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바라보는 인식은 단호했다.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14일 정부와 채권업계에 따르면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확대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최근 국채금리가 상승한 것에 대해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국회에 제출된 내년 예산안 기준으로 적자 국채 총량은 60조원 수준이지만 올해 대비 순증 규모는 26조원 수준이며 이는 우리나라 국채시장 전체 규모를 감안할 때 과도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김 차관은 다만 "시중금리 등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 시 관계기관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신속하고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금융불안 가능성의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시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달랐다.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은 필요하지만 재정 부채 규모는 우려될 정도라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513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던 올해보다 42조9000억원(9.3%) 확대 편성했다. 이런 가운데 적자 국책까지 60조원에 이르면서 정부의 곳간은 비어가는 실정이다.
증권사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적자국채가 60조원에 이르고 전년대비 증가한 금액이 26조4000억원에 달한다"며 "적자 국채만 놓고 보면 외환위기인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규모"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우려되는 것은 채권시장의 흐름"이라며 "최근 정부가 국채 물량을 늘리면서 채권금리가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채권투자심리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는 "기본적으로 국내 경기가 안 좋을수록 채권 투자심리는 좋아지기 마련인데 지금은 이런 현상조차 나타나고 있지 않다"면서 "채권시장의 흐름만 놓고 봤을 때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볼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예금은행의 대출금리는 3.31%로 한 달 새 0.1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장단기 시장금리가 일제히 올랐기 때문인데, 채권의 공급이 늘어나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수급 우려 탓으로 분석됐다. 주택금융공사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실행을 위해 20조원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를 발행할 계획을 밝힌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7일 1.386%에서 이달 7일 1.822%로 대폭 올랐다.
정부 예산에 현금성 복지 예산이 대거 포함된 점도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현금성 복지는 민간투자로 이어지지 않는 만큼 재정승수 효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예산 규모 중 현금지원 예산은 52조원에 달한다.
민간연구원 관계자는 "통합재정수지와 국가부채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정부가 던진 시그널은 '괜찮다'는 말뿐"이라며 "정부와 시장에서의 긴밀한 소통이 더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성승제기자 ba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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